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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20년 전 금융위기 데자뷔 겪는 신흥국 시장…체력 키운 아시아만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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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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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서윤 기자 = 달러화 강세로 인해 신흥국 시장(이머징 마켓)들이 20년 전 금융위기의 데자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만은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체력이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훨씬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신흥국 시장의 동요가 20년 전 세계 무역을 위축시켰던 위기 상황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면서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탄탄해졌기 때문에 금융위기 전염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러시아·브라질·터키 등 신흥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한 달간 통화 가치가 약 7~9% 하락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요청까지 했다.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흔들어 신흥국들의 국채 가격을 떨어트리고,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통신은 신흥국 시장에서 1990년대 중반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중남미 자금 이탈을 촉발한 ‘데킬라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멕시코에서 시작된 ‘데킬라 위기’는 몇 년 뒤 아시아 금융 위기로 이어졌고 당시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이 외환위기에 휩쓸렸다. 한국도 1997년 이 여파로 IMF 사태를 겪었다.

매체는 “최근 1년 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의 영향으로 신흥국시장이 지난 수년간 이룬 경제효과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면서 “그러나 이번 분기 신흥국시장 중 최고 실적을 낸 통화 10개 중에서 7개가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면서 아시아 통화는 승자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9개국 가운데 싱가포르·대만·태국 등 6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경상수지 개선은 아시아가 역내 채권 보유자에 대한 달러 상환능력도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RBA의 앤디 지 통화전략가는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매쿼리 싱가포르 지점의 니잠 이드리스 고정자산·통화 전략 부문 대표는 “중남미 지역 신흥시장의 통화 위기는 과거의 ‘데킬라 위기’를 연상케 하지만, 아시아의 경제 펀더멘털은 1995년과 완전히 다르다”며 “아시아의 경상 수지 적자 규모가 실제로 감소하고 외화 보유액은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고 설명했다.

호주 연방준비은행(RBA) 역시 신흥국 시장의 위기가 이어져도 아시아 통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낼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몇 안되는 아시아 국가인 탓에 루피아화는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지정학적인 위험성이 다른 지역 신흥국 국가들보다 낮은 것도 아시아 금융시장의 장점이다.

일본 FPG증권의 후카야 고지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요 외부 위험 요소와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은 미국의 강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미국 경제가 강세일 때 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이익을 더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에도 리스크 요인은 남아있다. 바로 정치적 리스크다. 아시아 지역에는 인도네시아 대선과 인도 연방 총선 등 향후 2년간 선거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최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는 독립 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이 교체돼 당분간은 혼란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 리 싱가포르 은행 투자 전략 대표는 “신흥국 화폐와 채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정치적 파급 효과를 주시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금리 인상이나 지정학적 불안정 등의 리스크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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