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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명품에 묻다]①3년간 본사에 2209억원 지급 vs 韓 기부 고작 '6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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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렉스·페라가모 등 7개사 감사보고서 분석해 보니…

유한회사 아닌 주식회사도 '韓소비자=호갱'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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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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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한국로렉스·페라가모·크리스챤디올꾸뛰르·펜디·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스와치그룹코리아 등 해외 명품업체 7개사가 최근 3년간 배당과 수수료로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한 금액이 2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부 금액은 고작 5억6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로렉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쥐꼬리'만큼 내던 기부금마저 줄이거나 아예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샤넬과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은 유한회사 형태로 진출했거나 전환, 경영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명품 7개사 총 전년 총 배당금 645억+수수료 125억5000만

14일 <뉴스1>이 페라가모·디올·펜디 등 주식회사 형태로 남아 있는 7개 명품 업체들이 최근 3년간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배당과 수수료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한 규모는 총 220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사용한 기부금은 고작 5억6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이들 업체의 전체 매출은 9897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778억원으로 이 가운데 645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또한 경영컨설팅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총 125억5000만원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보냈다.

이들의 3년 간 매출액과 기부금은 제자리 걸음에 가깝지만 배당금과 지급수수료는 전년대비 각각 34.1% 19.0% 증가했다. 이들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82.9%로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 평균 30%의 2.5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로렉스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450억원을 글로벌 본사에 지급해 당기순이익인 417억원(배당성향 108%)보다 더 지급했다. 한국로렉스는 2016년에도 당기순이익 408억원보다 많은 500억원(배당성향 120%)을 지급했다.

한국로렉스의 3년 간 배당성향은 115.5%로 국내기업 평균보다 약 4배 높았다. 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994억원으로 전년(3106억원)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전년(526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스와치그룹코리아도 3년 간 당기순이익 605억원 가운데 52.4%인 316억원을 배당했다. 페라가모코리아 경우 2016년 배당금으로 80억원을 글로벌 본사 살바토레페라가모S.p.A.에 지급했다. 당시 당기순이익 50억원보다 1.6배 많은 금액을 본사에 보낸 것이다.

배당금 외에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본사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펜디·디올·보테나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은 한국 내 매출에 대한 지급수수료를 계속 늘리고 있다.

펜디는 지난해 50억원을 배당한데 이어 올해 3월30일을 처분일로 12억4000만원을 추가로 배당했다. 동시에 지난해 말 가준 22억20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지만 뚜렷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5년과 2016년엔 지급수수료로만으로 각각 6억1000만원과 14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보테가베네타코리아는 지난해 'Bottega Veneta Int'l SARL' 등 8개사(Luxury Goods International S.A.-Bottega Veneta Logistic Division, Bottega Veneta SRL, Bottega Veneta Hongkong Limited, 케어링코리아㈜)에 수수료로 59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48억원)대비 22.9% 증가한 금액이다. 2015년 수수료도 44억원으로 매년 점점 늘고 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경우 2007년부터 국내 면세점 매출 5%를 수수료로 최상위지배기업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S.A.'에 보내고 있다. 지난해 디올코리아는 수수료로 13억8000만원을 지급해 전년(11억4000만원) 대비 21.1% 늘었다.

디올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서 본사와의 서비스 약정에 따라 '한국 내 면세점의 영업 및 일반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라고 설명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S.A.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지분 32.2%를 보유하고 있다.

발렌시아가코리아는 지난해 'Balenciaga SA' 등 4개사(Luxury Goods International S.A.-Balenciaga Logistic Division, 케어링코리아㈜)에 30억5000만원을 지급수수료로 지급하면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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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 크리스챤디올꾸뛰르, 펜디 로고© News1


◇ '쥐꼬리' 기부→'0원', 스와치·발렌시아가 '기부금' 항목無

이처럼 본사 송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사회를 위한 기부는 더 줄이고 있다. 대다수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기부금 항목을 없애거나 아예 기부 실적이 없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기부금을 2015년 1000만원에서 2016년 300만원으로 줄이더니 지난해에는 '기부금 0원'을 기록했다. 이 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12억원, 35억원이었다.

펜디코리아도 2016년 4580만원에서 2017년 651만원으로 급감하더니 지난해 기부금 항목엔 0원이 찍혔다. 팬디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7000만원 전년(247억3000만원)대비 89.0% 급감했다. 반면 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코리아도 2016년엔 기부금으로 7050만원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 역시 2016년 5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0원이 찍혔다.

보테가베네타코리아의 경우 기부금으로 2014년 498만원, 2015년 499만원을 지급하다 2016년엔 0원을, 지난해엔 130만원을 기부했다. 보테가베네타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1085억원으로 전년대비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3억6500만원으로 24.6% 줄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2016년 1280만원에서 지난해 530만원으로 금액을 절반 이상 줄였다. 스와치그룹코리아와 발렌시아가코리아 감사보고서에는 계속해서 기부금 항목이 생략됐다. 불가리코리아·발렌티노코리아 등도 기부금 지출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로렉스 경우 국내 소비자 덕분에 2015년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2억원을 기부, 유일하게 전년(1억5000만원)대비 기부금을 늘려 눈에 띈다. 그러나 해당 기부금액 역시 매출액 대비 0.0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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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총괄회장(왼쪽), 브루노 파블롭스키 샤넬 패션부문 회장©AFP=News1


이처럼 해외 명품 기업들은 국내 기업 평균을 훨씬 웃도는 배당성향과 본사 수수료 등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인색하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루이비통·샤넬·구찌·프라다·에르메스코리아 등은 이런 사회적 비판에서 숨어보고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거나 애초부터 유한회사로 설립해 매출과 실적, 배당금, 기부금 등 경영 정보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와 심도 깊은 논의 끝에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판단, 외부감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공시의무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유한회사로 전환한 기업들도 2020년부터 외부 감사를 받고 매출과 실적, 배당금, 기부금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운영하는 명품 업체들 매출 및 자산 규모가 실제로 크다면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도 공시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규개위 심사에서도 국회 논의를 반영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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