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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분위기 달라진 싱가포르 北대사관···다시 찾아가니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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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싱가포르 북한대사관 직원이 14일 취재진에게 "돌아가달라"며 취재 거부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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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까지 우호적이었던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의 분위기가 14일 달라졌다.

노스브리지 로드 거리 주상복합건물 15층에 자리한 북한대사관 앞은 14일 오전 일찍부터 찾아온 기자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대사관은 출근시간인 9시를 넘기도록 불이 꺼져 있고 인기척도 없었다. 그러다 9시17분쯤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단 남성 직원이 나타났다. 지난 12일 “우리 민족끼리이니 반갑다”며 “많이 기대해달라”고 미소를 지었던 1등서기관은 아니었다. 지난 12일의 1등서기관은 중앙일보에 “남조선 기자는 처음”이라며 “북ㆍ미 정상회담 잘 될 거다. 기대 많이 해달라”고 말했었다. 이어 북한에서 발행한 영문 잡지까지 “우리 민족끼리이니 선물”이라며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14일의 직원은 굳은 미소를 짓기도 했으나 위협적으로 혀를 차는 소리를 내는 등 매우 불편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름 밝히는 것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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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한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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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일부 기자들에겐 “찍느라 고생이 많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지만 1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엔 얼굴이 바로 굳었다. 15층 대사관 앞에 약 10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본 직후다. 그는 “한 말씀만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따라가자 짜증이 난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를 크게 내며 나가라는 손짓을 여러 차례 했다.



Q : 한 말씀 해주시지요.

A :
“돌아가 주십시요. 그렇게 합시다.”


Q : 같은 민족인데 그래도 한 마디 해주세요.

A :
“(고개를 저으며) 전화나 e메일로 신청을 하고, 동의가 오면 그때 오십시요. 동의가 없이 오지 마십시요.”


Q : 미리 연락을 했는데도 답이 없어서 이렇게 온 겁니다.

A :
“돌아가 주십시요. 여러번 말씀드렸습니다.”


Q : 준비는 잘 되고 계신가요?

A :
"…."


Q : 조만간 (간담회 같은) 자리 마련하실 순 있나.

A :
“….” (입술 꼭 다물고 손으로 나가라고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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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한대사관 직원이 14일 건물 관리인을 불러 항의하고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그는 곧 건물 관리인을 불러 영어로 “경비원, 할 말 끝났으니 (기자들) 내려보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관리인들은 “규정상 (북한대사관의) 방문 확인서가 있어야 올라올 수 있다”며 “계속 이렇게 있겠다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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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한대사관 직원이 14일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건물 관리책임자 중 한 명인 고 텍 키안은 “대사관 측에서 강경하게 나오면 우리 입장에서도 입주자의 의사를 존중해 보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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