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배상액 줄이기가 핵심…디자인 업계와 IT 제조업계의 관심도 증폭
아직 끝나지 않았다. 7년 넘게 이어진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특허 소송을 재개하며 첨예한 공방을 이어간다.
파이낸셜타임즈와 씨넷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 법원이 14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삼성전자와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재판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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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자사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고 디자인 특허 침해사실을 인정받았다. 1심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에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지만 재판부(판사 루시 고)는 산정액이 잘못됐다며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항소해 2심에서 5억4800만달러로 배상액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심에도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다만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D677),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둘러싼 모양(D087), 전면 아이콘 배치 모양(D305)을 규정한 특허 등 디자인 특허 3건과 화면 하단 끄트머리까지 스크롤 할 때 튕겨 오르는 '러버 밴드(특허 381)' 바운스 백 효과, 사진이나 문서의 일부를 확대하고 가운데 맞출 수 있게 해주는 '터치 줌(특허 163) 등 실용신안특허 2건에 대해서만 상고했다. 재판부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를 스마트폰 전체 가치를 침해한 것처럼 판단해 배상액을 과도하게 산정했다는 것이 골자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16종 1070만대의 특허 침해 제품을 팔아 35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며 이를 통해 얻은 총이익을 배상액으로 산정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배상액이 과도하게 산정된 것이 맞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준 뒤 하급법원인 새너제이 법원으로 돌려보냈지만 피해 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삼성전자가 배상 명령을 받은 5억4800만달러 중 대법원에 상고한 일부 특허 침해 배상액 3억9900만을 어떻게 재산정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배상액의 70%가 넘는 금액을 재조정 받게돼 상당한 액수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닷새간 이루어지며 특히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해당 배상액 규모만 재조정하면 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배상금액은 우리돈으로 약 5840억원으로 소송 등 제반비용까지 포함하면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규모에 비하면 배상액은 감내할 수준이지만 이번 배상액 재조정으로 향후 글로벌 기업간 특허 분쟁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허 침해는 포괄적으로 인정됐지만 침해 내용과 배상액 산정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인정된 범위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 특허 침해 소송을 통해 제품 전체 이익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IT 업계는 무분별하고 과도한 특허 소송으로부터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번 소송은 또 하나 번외전이 주목을 끌었다. 캘빈 클라인, 폴 스미스, 알렉산더 왕 등 유명 디자이너와 영국 디자인위원회 위원장, 페터 젝 레드닷어워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등 디자인 단체들이 "디자인의 가치가 흔들릴 것"이라며 애플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자 의견서를 제출한 반면, 페이스북, 구글, 델, 휴렛패커드(HP) 등 9개 기술 제품·제조업체들은 "삼성이 애플의 일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더라도 애플에 과도한 보상금을 지불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디자이너와 제조업체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일부 시민단체들과 지적재산권 전문가, 법학과 교수 37명도 과도한 특허 소송이 불합리하다며 삼성전자의 편에 섰다. 엄밀히 말하면 '특허사냥꾼'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지지였다.
이번 배상액 재산정 재판은 월요일인 14일(현지시간) 배심원단 심리를 시작으로 화요일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의 공개변론이 이어진다.
양측은 증언 및 교차 테스트에도 8시간을 할당했다. 조니 아이브 애플 디자인 최고 책임자와 리차드 호워스 애플 디자인팀 이사,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모바일 제품 전략 및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 김진수 삼성전자 디자인 센터 부사장 등이 증언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실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업무나 출장, 개인사를 이유로 주로 의견서나 전화출석 등으로 대체한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이르면 목요일, 늦어도 금요일 나올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번 소송 외에도 2014년 4월 삼성의 갤럭시S3가 애플의 아이폰4S의 디자인 특허 침해 건으로 소송을 벌인 끝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의 일부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해 애플에 1억1606만달러를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애플도 삼성전자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재판부가 15만8400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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