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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볼턴 보좌관, ‘북핵 폐기처’로 언급한 ‘오크리지’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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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매파가 주장해 온 ‘리비아식’ 핵폐기의 상징적 장소

미 정부, 2004년 리비아에서 떼온 원심분리기 이곳서 공개

2차대전 때 우라늄농축, 플루토늄제조 이뤄진 원폭의 마을

히로시마 투하된 ‘리틀보이’ 고향, 이따금 반핵 집회 열리기도



한겨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4년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국가안보복합시설에서 리바아의 핵 개발 관련 부품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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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각) 미 <에이비시>(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모든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한 뒤 반출할 장소로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언급하면서 이 장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크리지는 볼턴 보좌관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담당했던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의 상징 같은 장소다.

볼턴 보좌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이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는 모든 핵 관련 시설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찰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리비아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고, 3월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3∼14년 전 리비아가 핵무기를 폐기하고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국가안보단지 창고에 핵시설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강조해 온 리비아 모델은 핵보유 의심국이 먼저 핵폐기를 위한 조처를 취하면, 미국이 그 성과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리비아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은 2003년 12월 미국·영국과 비밀 교섭 끝에 1970년대부터 추진해 오던 핵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밀 사찰을 받았다.

이후 미국은 2004년 1월부터 리비아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관련 장비와 문서를 25t을 수송기로 실어 오크리지 핵 시설로 옮겼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2004년 3월15일 이 성과를 알리기 위해 오크리지의 핵 시설인 ‘Y12’에서 리비아가 소유하고 있던 P1타입의 원심분리기 12기의 설치대, 가스 주입관, 외부 냉각기 등 주요 부품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리비아는 이후 2005년 10월 핵과 탄도미사일용 유도장치와 관련된 일체의 시설·장비·연구자료 등을 미국에 넘기고 핵폐기 작업을 마쳤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처를 단계 해제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으로 있으며 이 작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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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주 동쪽에 위치한 인구 2만8천여명의 작은 도시 오크리지는 미국이 추진한 비밀 핵개발 프로젝트였던 ‘맨허튼 계획’의 중심지였다. 1942년 본격 시작된 맨허튼 계획의 핵심 목표는 핵폭탄 제조에 꼭 필요한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오크리지엔 X-10(플루토늄 생산시설), Y-12(우라늄 농축시설), K-25, S-50 등 4개의 핵시설이 건설됐다. 이 가운데 X-10은 현재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Y-12는 국가안보복합시설(National Security Complex)로 활용되는 중이다.

현재 핵물질 저장시설로 변신한 Y-12는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형 원자폭탄이 생산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우라늄238’에서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235’을 추출해 내는 우라늄 농축작업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었다.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쏟아부어 Y-12에 거대 원심분리장치를 만들어 이 작업을 마쳤다.

이제 Y-12는 미 국내와 해외에서 옮겨 온 핵물질과 관련 장비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리비아에서 가져 온 핵물질과 관련 장비를 보관하는 곳도 이곳이다. 미국은 2010년 3월엔 칠레의 고농축우라늄을 넘겨 받아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다.

오크리지는 미국 핵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탓에 지금도 ’원폭의 마을’(atomic city), ‘비밀 도시’ 같은 유쾌하지 않은 별명으로 불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인 8월6일이 되면 이따금 도시 주변에서 반핵 집회가 열린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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