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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소방에 "문열어달라" 11차례 욕설전화 20대에 과태료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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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재난안전본부, 20대 남성에 과태료 100만원

11차례 걸쳐 문개방 요구하며 욕설, 허위신고도

지난달 29일 오전 3시58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 119종합상황실. 부천시 상동의 한 주택가에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옆집하고 시비가 붙어서 문이 잠겼는데 문을 좀 따줬으면 하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의 남성은 다짜고짜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상황실 직원은 "화재 등 긴급 상황에만 문을 열어준다"며 "열쇠업체로 안내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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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전경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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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남성은 막무가내였다. "소방서에선 문을 열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급한 상황에만 문을 부셔야 한다"고 설명을 해도 "문을 부수라"며 욕을 했다.

이 남성의 욕설 전화는 46분에 걸쳐 11차례나 이어졌다.

그는 상황실 직원에게 "맞짱을 뜨자", "세금 내고 요청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녹음하겠다.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은근한 협박도 했다.

상황실 직원들이 재차 "문을 열어 줄 수 없다. 열쇠 집을 안내하겠다"고 하자 욕설은 심해졌다.

11번째 통화에서 이 남성은 전략을 바꿨다. "현관문이 잠겼는데 집에 아기만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기만 집에 있는데 제가 실수로 비밀번호, 잠금키를 잘못 잠가서…"

상황실 직원이 "아기가 몇 개월이냐?"고 묻자 남자는 "조카들이 있다. 문을 열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재난안전본부는 이 남성이 계속 신고 전화를 했던 만큼 허위신고를 의심했다.

하지만 "아기가 집 안에 갇혀있다"는 말에 경찰관과 소방관 등 12명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술에 잔뜩 취한 최모(28)씨 였다. 아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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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폭행 [중앙포토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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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본부는최모씨에게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현행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구조·구급활동이 필요한 위급상황을 거짓으로 알린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최씨는 초범이라 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했다고 재난안전본부는 설명했다.

이번 과태료 처분은 재난안전본부가 지난 3월부터 단순 문 개방이나 동물 구조 등 유관 기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119 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생활안전 출동기준 적용 이후 첫 과태료 처분 사례다.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최 씨의 경우 46분 동안 총 11회 전화를 걸어 119센터의 긴급대응에 어려움을 주었다”면서 “생명이 위급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악성 신고자에 대해 과태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지난 3월부터 생활안전분야 신고가 119에 접수될 경우 재난종합지휘센터가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잠재적 긴급·비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는 생활안전출동기준을 시행 중이다.

생활안전출동기준에 따르면 단순 문 잠금의 경우는 민원인이 열쇠업체를 이용해 신고자가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하지만, 화재 발생이나 집안 거주자의 신변확인이 필요할 경우 소방서가 출동하도록 하고 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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