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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취재수첩] 로켓배송? 정산은 거북이! ‘두 얼굴의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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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상당하다더니 올 것이 왔나 봐요. 이러다가 영영 못 받게 되는 것 아닌지 너무 불안합니다.”

“이런데도 MD는 전화 와서 ‘쿠런티’를 진행해보라고 하네요. 더 팔면 더 안 줄 거면서….”

쿠팡에 입점해 상품을 파는 셀러(seller)들의 최근 하소연이다. 창사 이래 8년 연속 적자,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손실(약 6400억원). 쿠팡의 경영 성적표다. 이런 쿠팡이 올 들어 잇따라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연출하자 셀러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사 중인 한 셀러는 “다른 쇼핑몰과는 10년 넘게 거래하면서도 단 한 번도 정산이 지연된 적 없었다. 평소 금요일 오후에 정산금이 입금됐는데 늦은 저녁이나 일요일에 입금된 적도 있다. 사전 예고 없이 지연되는 데다 전화도 불통일 때가 많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입점업체들의 모임인 네이버 카페 ‘셀러오션’에는 쿠팡의 무단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적잖다. 한 셀러는 “쿠팡은 다른 쇼핑몰보다 수수료율이 낮고 광고료가 안 들어 쿠팡 매출에 더 힘을 쏟았다. 그런데 판매대금 정산이 매출 발생 후 빨라야 30일, 늦으면 60일 만에 이뤄지고 연체도 반복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쇼핑몰은 월~금 주 5회 나눠서 정산해주지만 쿠팡은 금요일에 주 1회 정산해준다. 쿠팡에서 1000만원 이상 월 매출을 올리는데 정산이 지연되면 한 번에 수백만원이 연체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쿠팡의 특장점은 로켓배송이다. 고객이 주문한 후 익일 내 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하지만 쿠팡 성장에 기여한 입점업체들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 속도는 거북이와 다름없다. ‘계획된 적자’라는,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말로 잠재우기에는 시장의 불안이 너무 커졌다. 쿠팡이 도산하거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정산을 못해 줄 경우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보다 투명한 경영 청사진을 밝혀야 할 때다.

매경이코노미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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