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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아마존도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아마존의 실패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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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파이어폰, 소셜커머스 로컬 등 실패 사업 즐비
실패 받아들이는 기업문화가 아마존의 진정한 경쟁력


파이낸셜뉴스

울고 있는 아마존 로고. 원래는 웃는 모습이다 [사진=테크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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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파는 물건 없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현재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아마존드(Amazonned)'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마존이 진출하면 그 시장의 다른 기업들은 곧 망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아마존에 의해 점령당한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아마존은 절대강자 '공룡'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때문에 실패란 아마존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다. 이처럼 성공한 혁신기업의 대표명사가 된 아마존이지만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어쩌면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숱하게 실패한 사업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많은 실패 끝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성공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승승장구'의 아이콘 아마존이 최근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아마존은 1년여간 공들여 온 제약 사업 진출 계획을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마존은 병원이나 소규모 의원 등을 상대로 추진하던 의약품 유통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아마존이 제약 사업 진출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의약품 유통 구조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유통 혁신 방안을 마련했지만 기존 의약품 도매기업·유통상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병원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온도나 습도 등에 민감한 의약품 전문 유통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존은 지난 1994년 설립 이후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22년간 70개 가까운 신규 사업을 시작했고, 이중 18개 사업을 실패로 접었다. 최근 10년 내 굵직한 실패 사례만도 '파이어폰', '아마존 데스티네이션', '로컬' 등 여럿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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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파이어폰 32GB 모델 [사진=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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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최대 흑역사' 파이어폰.. 꽁짜폰 굴욕
아마존은 지난 2014년 7월 독자 스마트폰 브랜드 '파이어폰'을 내놨다 그야말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파이어폰은 아마존이 자체 운영체제(OS)를 적용해 야심 차게 내놓은 첫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며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원인은 비싼 가격과 호환성이다.

파이어폰 32GB와 64GB 모델이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199달러와 299달러에 판매됐다.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아 거의 팔리지 않았다. 결국 출시한 지 두 달만에 아마존은 파이어폰 가격을 199달러에서 99센트로 대폭 인하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파이어폰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또 안드로이드 기반이지만 독자 규격의 OS를 적용한 탓에 모바일앱 호환성이 낮아 쇼핑과 전자책 앱 외엔 쓸만한 앱이 많지 않았다.

결국 파이어폰이 출시된 2014년 3분기, 아마존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4억3700달러의 적자 중에 무려 1억7000만달러가 파이어폰 사업 부진 때문인 것으로 지목됐다. 1년만인 2015년 8월, 아마존은 파이어폰 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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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데스티네이션 홈페이지 [사진=더 스트리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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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예약 서비스 '아마존 데스티네이션'
지난 2015년 아마존은 여행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여행·호텔 예약 서비스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미국 내 호텔 예약과 음식점 정보를 제공했다. 아마존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지니고 있기에 경쟁사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종료됐다.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 등 이미 시장을 주도하던 다른 온라인 호텔 예약 서비스와 별다른 차별화가 없었던 데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까지 빠르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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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월렛 [사진=더 스트리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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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지갑 '아마존 월렛'
한때 아마존은 스마트 월렛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4년 파이어폰 출시와 맞물린 시점에 아마존은 '아마존 월렛'을 내놨다. 아마존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출시된 이 월렛 앱은 멤버십 카드나 기프트 카드를 등록해서 쓸 수 있고, 쿠폰이나 잔여 포인트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반년여만인 2015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 인프라와 인지도 부족이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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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로컬 홈페이지 캡처 [사진=비지니스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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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 '로컬'
지난 2011년에는 자체 소셜커머스 서비스 '아마존 로컬'을 내놨다. 로컬은 오프라인 상점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5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데일리 딜(Daily Deals)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그루폰과 리빙소셜이 양분하던 소셜커머스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자, 아마존은 독자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물론 리빙소셜에도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불과 5년 새 소셜커머스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소셜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뚝 떨어졌다. 결국 아마존은 2015년 로컬 서비스를 접었고, 투자도 포기했다. 리빙소셜은 이듬해 2016년 그루폰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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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제프 베조스 트위터]



■ 제프 베조스 "아마존,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 것"
이밖에도 아마존 뮤직 임포터(음악 재생 플랫폼), 아마존 언박스(동영상 서비스), 웹페이(모바일 결제) 등 실패한 사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실패들은 아마존에게 '거름'이 됐다.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남다른 실패론 때문이다.

베조스는 실패의 경험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도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라기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실패 후 베조스는 "파이어폰은 재앙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실패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결국 파이어폰 개발팀은 처절한 실패를 딛고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와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아마존은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하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드'를 막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CVS, 월그린 등 미국 대형 약국 체인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비록 잠시 계획을 보류했지만 아마존이 의약품 시장에 완전히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아마존이 장기적으로 의약품 유통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아마존은 혈당측정기, 혈압계, 청진기 등 소비자용 의료기기 온라인 판매와 처방의약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규모 유통 사업 등에 일단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아마존은 미국 47개 주에서 의료기기 판매 허가를 받았으며, AI비서 '알렉사'를 통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JP모건, 버크셔 해서웨이 등과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비영리 조직 구성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는 아마존의 후퇴는 2보 전진을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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