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北 재팬패싱 노골화…日 "경제원조 요구하려는 의도" 발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북한이 '협조한 장소'를 이유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등 '재팬패싱'을 노골화한 것은 불편한 양국관계를 보여주는 현 주소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향후 일본의 경제적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의 지렛대'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풍계리 폐쇄를 폄하하는 보도도 쏟아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대북 압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을 비판하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새로운 노선을 내세운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의 대가로 경제원조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비판이 "일본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석했다.

지지통신 역시 풍계리 취재에서 일본 언론이 제외된 사실을 "일본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흔들기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해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하는 한편, 향후 북일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비핵화 이후 북한의 경제개혁 과정에서 일본 자본의 역할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대일청구권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사학스캔들 등으로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아베 내각은 납치문제와 북핵이슈를 통한 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 대화국면에서 일본의 입지가 좁아질 수록 아베 총리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달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가장 많은 취재진을 파견했을 뿐 아니라, 아베 총리가 핵사찰 비용부담까지 직접 언급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자초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전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서 일본만 제외됐다"며 "아베 총리 혼자서 압박 일변도로 나가며 평화로의 변화 흐름에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핵사찰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허무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납치문제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아베 총리는 왜 직접 김 위원장과 담판에 나서지 않느냐"며 "북일 국교 정상화 후 신뢰관계 속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재팬패싱을 노골화할 수록 일본은 미일동맹에 기대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일정을 조정 중"이라며 "미일회담을 반복해 개최함으로써 양국간 강력한 동맹을 국제사회에 어필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현재 북한과 정상대화의 기회를 갖지 못해, 간접적으로 김 위원장의 생각을 알 수 밖에 없다"며 "북한은 과거에도 핵관련 시설을 폭파한 후 핵 개발을 계속한 바 있어 허위로 끝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극우성향의 산케이 신문 역시 "핵 실험장은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며 "외국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 외화를 획득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폄하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칼럼을 통해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재팬패싱 논란과 관련 "'일본이 모기장 밖에 있다는 비판'은 무책임하다"며 "정권에 대한 비판은 정권의 발 밑을 위태롭게 하고 결국 북한과 중국 등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