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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상회의 사주속으로] 과 잠이 학벌위주의 자화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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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지인과 함께 어딜 가느라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젊은 남녀학생들 몇 명이 똑같은 글씨가 써진 잠바를 입고 있었다. 보아하니 어느 대학 마크가 그려져 있고 무슨 과 이름 같은 것이 영어로 써져 있었다. 흔히 말하는 명문대 마크였다. "어머나, 요즘은 대학생도 교복을 입나봐!"라고 했더니 필자 옆에 지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한다. "어머나, 원장님. 저것도 모르셨어요? 저건 과 잠 이예요!" "과 잠? 과 잠이 뭔데요?" 그러자 지인은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과 잠이란 과 잠바(점퍼)의 줄임말로서 대학 이름과 학과를 표시한 단체복이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스카이대나 좋은 대학교를 간 학생들의 과 이름이나 학교이름이 적힌 점퍼나 패딩코트같은 단체복인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필자는 이내 필자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러 가면 서울의 유수한 대학에 다니던 그 친구는 상의 왼쪽에 항상 학교 배지를 달고 나왔다. 입시에 쓴물을 켜고 있던 차에 학생으로서 자기 학교 배지를 달고 나온 게 뭐 대수였겠는가 마는 마음 한 켠이 시려왔던 기억이 있다. 나 어느 대학 다녀요 라고 하는 학교 뱃지가 하던 역할이 지금은 과 잠으로 이어져갔구나.. 그래, 자기 학교와 자기 과를 표시한 옷을 입는 것이 뭐 어떻단 말인가? 자기학과의 단결과 소속감을 고취하고자 하는 아주 타당한 이유일 텐데 말이다. 과거에도 명문 유수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자랑스럽게 학교 배지를 달고 다녔었다. 흔히 말해지는 명문학교가 아닌 친구들은 아예 뱃지는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는 기억이다. 아마 저 과 잠이란 것도 명문대학교 학생들의 유행 풍조인 듯싶었다. "원장님, 그런데 저 과 잠이요, 학교 바깥에서는 과 잠으로 학교에 대한 구별로서 우월감을 느끼지만요, 같은 교내에서는 의대처럼 상위 성적 학생들의 과와 비인기학과생과도 우월감을 느낀 다네요. 언젠가 과 잠에 대한 기사를 보니 그렇데요." 한다. 물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를 누리는 사람들을 잘난 척한다고 싸잡아 매도할 수는 없다. 아무튼 힘들게 대학을 들어간 우리의 청춘들이다. 동기애와 소속감을 고취한다는 과 잠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전에, 등판에 대학과 학과 이름을 새겨 넣고 점점 학벌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회의 우려도 받고 있다한다. 학벌 지상주의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 아니길 바란다./김상회역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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