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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네이버 언론 제국, 그리고 알고리즘을 감시하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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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109] 플랫폼 권력은 막강하다. 지난한 경쟁을 통해 일단 권력을 획득한 플랫폼은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쓰타야서점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제3 스테이지'를 말하기도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 플랫폼이 넘쳐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로지 소수의 플랫폼이 각자 영역에서 자신들의 제국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권력을 획득한 플랫폼을 이기기는 힘들다.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거스르기조차 쉽지 않다. 대체 가능한 파트너라면 언제든 퇴출되고 만다. 네이버와 국내 언론사와의 관계가 그렇다. 네이버의 힘은 압도적이다. 국내 검색 시장의 76%, 온라인 뉴스 유통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는 네이버신문과 카카오일보 2개 신문만 존재한다"는 한국신문협회 주장은 포털 독점력을 강조한 표현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네이버 댓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는 필연적으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온라인 뉴스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에 쌓였던 언론사들 불만이 이 사건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포털은 기자 한 명 없이 뉴스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말 한마디에 전통 언론사들은 반색했다. 평소 홍 대표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기자들도 내심 수긍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공들여 쓴 기사라도 네이버에 걸리지 않으면 존재감을 잃고 마는 플랫폼 권력을 경험해 본 탓이다. 플랫폼의 권력 이동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언론사들은 이번 호기를 십분 활용하고 싶어한다. 네이버 여론 장악력을 제어하길 바라는 정치권이 우군으로 가세하면서 전통 언론사들의 '독립'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매일경제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개선안 대책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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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네이버도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했다.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초기 화면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뉴스 배치의 인적 개입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뉴스 서비스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첫 화면에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검색창과 날씨 정도만 제공하고, 뉴스는 모바일 화면을 옆으로 밀어 등장시킨다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과 함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피드판'을 신설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3분기 이후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주요 언론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아웃링크(뉴스를 클릭하면 네이버 화면에서 보이는 게 아니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는 기존 계약 관계도 있고, 언론사들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개별 언론사들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다.

네이버도 뉴스의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해왔다고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3000만명 넘는 사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뉴스를 보고, 모두 동일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보는 지금의 구조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뉴스 서비스 개편도 정치권 압력 때문이 아니라 진작부터 다양한 실험과 개선 방안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앞으로 자기 회사 사람이 언론사들 뉴스를 배치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개별 언론사가 자신들의 뉴스를 알아서 편집하고 댓글 관리를 하게 될 것이며, 새로 생기는 뉴스피드 역시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이용자들 뉴스 성향을 학습하고 예측해 추천된 관심 뉴스로 채워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개인 추천 뉴스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을 전면 적용하기 전에 외부 검증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리된 것은 여전히 하나도 없다. 뚜겅을 열어보기 전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아니, 뚜겅이 열린 후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수도 있다. 뉴스가 사라진다는 네이버 초기 화면이 지금의 구글처럼 정말로 검색창만 놓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콘텐츠로 채워질지, 새로 생기는 뉴스피드판은 언론사들이 편집하는 뉴스판과 얼마나 다른 위치에서 서비스를 하게 될지 등과 같은 기술적 문제로 네이버와 언론사들은 또다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달콤한 전재료 수입과 네이버의 수천만 이용자를 포기하고 실제 아웃링크를 실행에 옮길 언론사가 과연 얼마나 나올지 등과 같은 문제 역시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네이버가 선보인다는 알고리즘이 과연 100% 개인 맞춤형 뉴스를 추천해줄지도 논란거리다. 네이버는 외부 검증기구를 통해 투명하게 알고리즘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알고리즘은 공공성보다 네이버의 각종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 알고리즘은 사용자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네이버가 이를 위해 이용자의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인터넷 매체 BGR.com에 따르면 구글은 데이터 수집에 거부 의사를 밝힌 이용자들의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다. 2주 동안 구글이 수집한 한 개인의 데이터양은 A4 용지 기준으로 무려 2만30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다. 엄청난 데이터를 쌓아놓고 있다는 얘기다.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지난번 페이스북-케임브리지애널리틱스(CA) 사건에서 보듯, 거대 플랫폼 기업이 수집한 개인 데이터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네이버가 뉴스 다양성을 위해 개발한 알고리즘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개연성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는 알고리즘을 감시하는 알고리즘을 또 만든다고 해야 할 것인가.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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