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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어 왜? 굳이 이때에··· 타이밍의 정치, 남·북·미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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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명 가를 '빅이벤트' 배치 둘러싼 타이밍의 정치학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작동에 들어간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엔 남ㆍ북ㆍ미 간의 뜨거운 ‘밀당’이 반영돼 있다. 관련국들은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빅이벤트의 타이밍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모양새다.

①풍계리 폐쇄와 한·미 정상회담의 타이밍


중앙일보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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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풍계리 갱도를 폭파하는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여정의 첫 축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다면 풍계리 갱도 폐쇄는 23일 이뤄진다. 폐쇄가 23일 이뤄진다면 한ㆍ미 정상은 워싱턴 회담을 전후해 함께 폭파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시차를 감안하면 22일 워싱턴 회담은 한국 시각으로 23일에 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갱도 폐쇄 공개 대상에 전문가가 빠진 언론인만을 꼽아 통보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참여할 경우 사전 절차 등 일이 복잡해져 시일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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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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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결정 배경에 ‘시간 문제’가 반영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은 다만 23~25일 등 사흘을 폐쇄 시기로 제시하며 ‘기상 상황’을 변수로 들었다. 날짜에 변수를 두면서 갱도 폐쇄는 경우에 따라 한ㆍ미 정상회담 전 압박을 주기 위한 ‘사전 신뢰 조치’로 사용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ㆍ미 회담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할 ‘사후 동의 조치’로도 활용될 수 있다.

②남북 정상통화와 한·미 정상회담의 타이밍


남북은 당초 4ㆍ27 정상회담 전에 정상 간 통화를 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서울-평양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도 전화기는 보름 넘게 울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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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높이 드는 모습.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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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그간 “북ㆍ미 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결정되면 이런 사안을 화두로 통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발표가 이뤄진 뒤에는 “당장 통화할 것 같지는 않다”는 기류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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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보도다리' 회담.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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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간의 첫 통화는 22일 한ㆍ미 정상회담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의 ‘정리된 생각’을 확인해야 한다.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한ㆍ미 회담 이후 남북 정상 간의 통화는 김정은의 최종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③G7과 북ㆍ미 정상회담의 타이밍


청와대는 당초 다음 달 8~9일 열리는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북ㆍ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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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싱가포르의 한 신문 1면에 등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그런데 북ㆍ미 회담이 G7 회의가 끝난 6월 12일에 개최되면서, 선진국에 비핵화 이후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협조를 구하려던 청와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북ㆍ미 회담이 G7 이후가 된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 국내 상황 때문으로 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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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을 매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각 대화가 진행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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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G7 회의 참가국(미국ㆍ일본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캐나다)에 중국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ㆍ미 회담 직전 중국을 제외하고 열리는 G7 회의를 북한에 대한 서방 세계의 강한 압박 카드로도, 비핵화 이후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유화 카드로도 쓸 수 있다. 또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성과가 없을 경우 G7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북·미 회담을 G7 뒤로 미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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