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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수능-학종, 한쪽 치우쳐선 안돼…학종 매달리단 3년 감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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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바람직한 대입개편 방향’ 좌담회



한겨레

국민참여형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주제로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장,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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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3 학생한테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점이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가교육회의는 오는 17일까지 전국 4대 권역에서 공청회를 열어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형 공론 절차’가 끝나면, 국가교육회의는 8월께 최종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비전문가의 위험한 실험”과 “집단지성을 통한 교육갈등 해소” 등 평가가 엇갈리는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과정을 통해 우리 교육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와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등이 지난 7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 모여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서, 이들은 “공론화 의제를 바꾸어 학교교육 정상화와 대입 경쟁의 실질적 완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변화는 최소화하되, 3년 뒤인 2025학년도 대입 개편을 염두에 둔 공론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사회 3개월 뒤 2022학년도 새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온다. ‘민의에 의해 출범한 정부가, 민의로 대입정책까지 결정하겠다’는 식인데 비판이 많다.

강태중 교육 정책이 ‘팔려가는 당나귀’ 꼴이 됐다. 교육적 측면에서 필요한 대입 정책이 아니라 여론 흐름에 따라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대입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입시 정책은 교육에서 추구할 방향으로 한 발도 나가지 못한다. 예컨대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제도가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감소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모두 등급제다. 한 등급에 들어가는 학생의 수만 달리하는 것이지 교육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대입 선발방식에만 매몰
‘학교교육 질 개선’ 의제 바꿔
실질적 경쟁완화 모색해야”


한겨레

이찬승 대표


이찬승 이해관계자들끼리 갈등이 심해지니까, 교육부가 대입제도를 5가지로 쪼갠 뒤 ‘5지선다형’의 문제를 풀라는 듯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다. 국민에게 그중 답 하나를 고르라는 식이다. 이건 공론화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대입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만 매몰되고 있다. 공론화 의제를 바꾸어 학교교육 정상화와 대입 경쟁의 실질적 완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강태중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가교육회의에 여러 대안을 넘긴 것을 ‘열린 안’이라고 하던데, 현재 넘긴 ‘논의사항’들 자체가 매우 닫혀 있다. 국민 의견을 듣는다고 해서 예전의 정책과 달라질 리 없다.

김진우 숙의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들이 충실하게 토론하고 결정하면, 이전 대입제도에 없었던 지지와 설득력을 얻게 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론화 과정이 충분한 이해에 기초한 판단이 될 것인지 의문이다. 대입제도가 바뀌면 교실이 가장 먼저 변화를 맞게 되는데, 정작 교사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찬승 바람직한 교육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면 다수 동의를 얻어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을 만드는 것도 좋다. 현재 대입제도 결정 과정엔 그게 없다. 선발과 변별력 중심에서 학교교육의 질 개선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 교육부가 핵심 공론화 대상으로 꼽은 ‘수능-학생부 종합전형 비율’ ‘수시-정시 선발시기 조정’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 같다.

강태중 지금처럼 우수 학생을 먼저 데려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수시를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늘려가는 건 제어하는 게 맞는다. 지금 대학들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아이들을 70%씩 뽑을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입학사정관 수준으로 봤을 때 수시로 몇백명 뽑는 것만 가능한 수준이다. 수시·정시 통합도 정부는 단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은 대입 전형을 타당하게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잘못 묶어버리면 오히려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 학생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는데, 이 접근도 틀렸다. 학생부 기록을 대입전형 자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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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형 대입제도 개편안을 주제로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장,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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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현 조건에선 정답 찾기 어려워
논술형 수능 도입 등 개선 않은 채
정시 늘리면 교육에 나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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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정책위원


김진우 현재의 조건 아래에서는 정답을 찾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수능의 질 개선을 위한 논술형 수능을 도입하고 수능·내신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수능으로 정량평가를 하고, 내신으로 정성평가를 한 다음에 면접을 결합시키는 형태는 점수에 의한 과잉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정도로 타협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태에서 수능 중심의 정시를 늘리는 건 학교교육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찬승 수능과 학종 비율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서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도덕성이 낮은 상황에서 수능과 학종 ‘몰빵’은 안 된다. 학종이 아무리 공정해져도 그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3년 내내 학종 관리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는 (고교 3년을) 감옥살이와 다를 바 없게 만들 수 있다. 수시·정시는 ‘기간 통합’보다 ‘내용 통합’이 중요하다. 꼭 통합해야 한다면 먼저 논술·서술형 문항 포함 등 수능의 질 개선이 먼저다.

사회 ‘2022학년도 대안 제시를 보류하고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의견을 국가교육회의가 검토할 안 가운데 하나로 넣는 것은 어떤가?

이찬승 최소한의 변경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제시된 안들을 어떤 형태로 조합해도 입시경쟁 완화, 공교육 정상화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진우 2025학년도 대입개편을 염두에 둔 공론화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공론화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8월까지는 현상 유지 중심의 최소한의 결정만 한 뒤 새롭게 의제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강태중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후속조치는 이루어져야 한다. 수능 과목을 조정하는 선이면 된다. 장기적인 개혁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교육 가치에 대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룬 뒤에 교육 문제를 토론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멍석’을 깔아야 할 것이다. ‘공정한’ 대입이 중요하다면, 과연 공정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교과 개정 맞춘 수능 조정 뒤
장기적 교육개편 포석 깔고
대입 공정성 새로운 숙의를”


한겨레

강태중 교수


사회 국가교육회의는 어떤 구실을 해야 하나?

이찬승 일본에 중앙교육심의회라는 게 있다. 교육부의 고민을 의뢰받아 2년 정도 연구를 거쳐 교육부에 해결책을 권고한다. 교육 대개혁을 정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하려면 한국도 이런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정치적 접근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직이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정책 결정 프로세스의 개선에 집중해주었으면 한다. 우수한 해결책은 우수한 문제해결 프로세스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국가교육회의나 앞으로 구성될 국가교육위원회 모두 독립적인 지위를 갖긴 어렵다고 본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다. 위원들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개념보다는 국민적 토론의 과정을 잘 구성하여 질 높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위상이나 역량이 미비하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강태중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대입제도가 전국 모든 대학의 다양한 조건들에 부응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 정권 내에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논의를 시작하자. ‘혁명적 입시제도 변화’를 이번 정부가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역사적인 일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정리 황춘화 홍석재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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