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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여행 판도라] `항공사 갑질 파문`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승무원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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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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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태가 터져 나오면서 국내 객실승무원들의 근무환경과 용모 규정이 변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승무원이 기내면세품 미결제분을 직접 수금해야 했던 시스템을 전면 중단했고, 조 전 전무가 독단으로 진행하던 신규 유니폼 제작도 멈췄다. 지난 3월 필자는 '탑승객 카드 값 대신 내는 승무원'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바 있다. 당시 제보자의 요청으로 항공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보도되고 있는 사실과 같이 칼럼 속 문제의 항공사는 진에어다.

비행이 끝난 후 발견된 면세품 카드 미결제분을 승무원이 개인적으로 수금해야 하는 어이없는 시스템. 왜 이제야 문제가 된 걸까. 3월 당시 탑승객의 제보로 취재를 시작한 필자는 더 정확한 이야기를 알기 위해 국내 전·현직 승무원들과의 접선을 시도했지만 승무원들은 '회사에 걸리면 안 된다'는 이유로 몸을 사렸다. 인터뷰에 응한 전직 진에어 승무원 역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끝까지 우려했다.

필자 역시 월급쟁이기에 그 마음은 십분 이해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항공사인데 왜 피해자인 승무원들이 불안해야 할까. 왜 세상에 떳떳이 알리지 못하고 매일 부당함을 견뎌야 할까.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가 뉴스화되지 않았다면 승무원들의 이 같은 근무환경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진에어 전·현직 직원들은 카카오톡에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익명 채팅방)을 개설해 이제껏 참아왔던 총수 일가의 갑질과 불법 행위들을 쏟아냈다. 카드 미결제분 수금 시스템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청바지 유니폼의 허와 실, 업무 외 무상 청소, 연차 사용비 자율화, 무상 대기 근무 등 그들이 겪어온 부당함은 상당했다. 채팅창의 내용은 각종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대중은 진에어의 모진 갑질에 분노하고 있다.

터져야 할 것이 터진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오픈 채팅방의 익명 보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들에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오랜 꿈의 실현이자 생계 유지 수단이다. 억울한 시간들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던 불안함의 정체는 이 세대의 구직자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불안할 이유가 없다고 격려하고 싶다. 마땅한 목소리를 낸 것이니 더 당당해지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보다 빠른 미래에 국내의 모든 승무원이 여행객의 안전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여행 관련 이슈를 전방위로 다루는 '여행 판도라'는 여행+ 소속 기자와 작가들이 직접 목격한 사건·사고 혹은 지인에게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꾸려집니다. 독자 참여도 가능합니다. 공론화하고 싶은 이슈를 비롯해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나 꼭 고쳐야 하는 관행, 여행 문화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김수민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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