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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차이나를 찾아라.'
최근 G2(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넥스트 차이나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중국에 집중했던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고, 동시에 새로운 내수 시장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지만 정작 간과하고 있던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태국은 지정학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관문이자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핵심 국가로 통한다.
중심 국가인 만큼 물류 인프라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가 25만㎞에 이르는 광대한 도로 네트워크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철도는 방콕을 중심으로 4000㎞에 이르는 3개 라인이 632개 도시를 연결한다. 국내 주요 도시마다 방콕을 잇는 28개 공항도 운영 중이다. 특히 2021년 완공 목표인 중국 쿤밍과 태국 방콕을 연결하는 고속철이 완공되면 태국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최대 생산품은 농산물이지만 아세안 지역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자동차의 경우 연간 2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대국이고, 800개가 넘는 글로벌 전기·전자 제조업체가 태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그동안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2010년대 들어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태국 경제성장률은 5년 만의 최고치인 3.9%를 기록했다. 솜낏 짜뚜스리삐딱 태국 경제부총리는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면서 올해 성장률은 4%대 고지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가 새로운 경제도약을 위해 야심 차게 내민 카드는 지난해 발표한 '동부경제특구(Eastern Economic Corridor)' 개발 계획이다. 이는 방콕 인근 차층사오, 촌부리, 라용의 3개주(州) 1만3285㎢에 해당하는 지역에 2022년까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1조7000억바트(약 51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종합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이곳에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EEC 지역에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선물 보따리'도 마련했다. 통상 최장 8년인 법인세 면제 기간을 15년까지 늘리고, 원자재와 기계 등 수입품에 일절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기업의 토지 임대기간도 최장 99년까지 인정한다. 개인 소득세도 최대 20%포인트 깎아주고 '스마트 비자'를 신설해 4년간 자동 연장되도록 했다.
태국 방콕의 최대 쇼핑몰인 시암 파라곤 앞에 설치된 삼성전자 갤럭시S9 팝업스토어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방콕 = 이승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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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EEC 개발 계획이 바뀌지 않도록 국가 헌법의 '20개년 국가전략'에 이를 포함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EEC정책위원회의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EEC는 태국의 주변국이자 아세안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인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EEC 개발계획을 통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완성되면 태국과 CLMV 국가는 직접 연결돼 약 2억5000만명의 시장이 열린다. 명실상부하게 태국이 '아세안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EC 개발은 올해 본격화한다. 이 가운데 EEC 인프라 프로젝트는 총 168개에 달한다. 태국 정부가 이를 최종 승인했으며 EEC 법안도 공식 발효됐다. 태국 정부는 전체 프로젝트를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로 내년까지 램차방·맙따풋 항구 확장, 돈무앙-수완나품-우따빠오 공항 고속철 건설 등 총 99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단계는 2021년까지 우따빠오 공항 리모델링과 램차방~맙따풋~라용~뜨랏 복선전철 건설, 램차방~촌부리 고속도로 등 62개 프로젝트를 착수한다. 마지막으로 2022년까지 EEC와 미얀마 남부 다웨이와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철도를 개통하는 등 7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은 EEC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를 EEC와 연계하기 위해 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은 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절반 가량이 EEC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제2의 생산기지'로 자리 잡은 베트남 외에 아세안 내 새로운 투자국을 추가하는 '베트남+1'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매일경제가 태국 방콕에서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콕 = 이승훈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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