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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공정위 vs 회계사회 '아파트 회계 감사'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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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회계감사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계사회가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에 따라 2015년부터 최소 감사시간을 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공정위는 3년이 흐른 지난 4월 말에, 이를 가격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회계사회와 임원 2명을 형사 고발까지 했다.

이에 대해 회계사회는 감사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 기준을 정한 것인데 형사 고발은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청년회계사회도 "공정위가 아파트 회계 현실은 모르고 자기 입장만 고려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했다"는 논평을 냈다. 회계사회는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가격 담합으로 아파트 관리비만 올라"

2013년 아파트 비리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정부는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아파트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의 경우 회계사를 선임해 감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국회도 이런 내용을 반영해 주택법을 개정했다. 2014년에는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 난방비 사건이 터졌다. 2014년 12월 회계사회는 각 회계법인에 '2015년 1월 1일부터 최소 100시간 감사 시간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최근에 회계사회가 회계감사 보수의 하한선을 정해 가격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00시간 기준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감사 품질을 올린다는 명분이었지만 아파트 관리비만 올랐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파트 회계감사의 평균 보수는 2014년 96만9000원에서 2015년 213만9000원으로 뛰었다.

공정위는 "아파트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했더니 회계사들만 이득을 본 셈"이라며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회계사회, "총리 표창도 받았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정반대 결론"

회계사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아파트 회계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공정위가 회계사들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또 주택관리사와 입주자대표 단체가 반발하고 국토부도 문제 삼아, 넉 달 만인 2015년 4월에 강제적인 성격이 아닌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바꿨다고 회계사회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감사 보수가 2배로 뛰어 관리비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회계사회 설명은 다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 보수를 가구 수로 나누면 월 125원이던 가구당 비용이 250원으로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부정·비리를 적발해 오히려 관리비를 아낀 단지도 많다"고 했다. 회계사회가 2015년 2000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 312개 단지의 경우 불필요한 관리비를 줄여 가구당 연간 6만3000원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은 아파트 비리 근절에 애쓴 공로를 인정해 2017년 2월 회계사회 직원을 표창까지 했었다"며 "정부가 달라졌다고 이렇게 정반대 결론을 내면 누가 정부를 믿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더욱이 2015년 2월에 해당 민원이 공정위에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3년여 동안 아무 조치도 없었다.

업계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회계사회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평소 변호사나 회계사 등의 '밥그릇 챙기기'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김상조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 쓴 칼럼에서 "교수·변호사·회계사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며 회계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제도 개선 필요, "주민 동의 얻거나, 정부 기관 추천해 외부감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제재한 것"이라며 "민원에 대한 조치가 3년 만에 나온 것은 담당자가 바뀌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감사제도 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송주열 대표는 "차라리 주민에게 견제권을 줘 주민 30%가 동의하면 외부 회계를 받도록 제도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회계사회는 "회계사회가 기준을 정하는 게 문제라면 정부가 외부 회계사를 추천해 감사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종석 기자(com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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