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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일사일언] 시대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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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진·팝칼럼니스트


한때 음악깨나 들었던 또래나 선배들이 최근 몇 년간 자주 이런 얘길 반복한다. "요즘 참 들을 음악 없어. 좋다고 해서 들어봐도 잘 모르겠고. 그냥 자극적이기만 해. 스피릿도 없고, 다시 듣고 싶어지진 않더라고. 역시 비틀스, 레드 제플린, 마이클 잭슨이 최고였지. 그런 음악이 다시 나올 수 있겠냐?" 매번 나의 대답도 같다. "아, 형도 나이 들어 꼰대가 되셨군요."

유연성을 잃고 견고하게 굳은 정신과 태도는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편식을 하면 다채로운 맛의 세계를 알 수 없듯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동시대 음악 감성과 거리가 멀어진다. 과거 열광했던 음악만이 버티고 선 닫힌 마음에 새 음악이 들어설 여지는 적다. 자신의 경험치에 매몰된 선배들의 말이 편견을 강요하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비틀스와 같은 위대한 과거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이 훌륭함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소위 '록의 르네상스'로 불렸던 그때로부터 반세기 이상 흐른 지금 또한 우리를 단숨에 사로잡는 다양한 음악이 지속적으로 등장 중이다. 물론 시대와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기에 음악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변했다. 예전처럼 누구나 아는 아티스트, 남녀노소 모두 흥얼거리는 노래도 극히 드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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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슴을 살짝만 열어보자. 음악을 통한 새로운 감흥으로 얼마든지 생활의 활력을 맛보고 '멋진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서정적인 선율과 꿈결 같은 아름다움을 표출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의 음악과 함께 깊은 밤을 지새워보라. 놓치기 아까운 순간이 될 것이다. 섬세하고 아련한 감성을 담아 기분 좋게 질주하는 '워 온 드럭스(War On Drugs)'의 사운드는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이 담겨있다. 지난달 힙합 분야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깊이 있는 노랫말이 지닌 강렬한 에너지는 또 어떠한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옛것을 품고 진화하는 '요즘 음악', 지독히 매혹적이다.



[김경진·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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