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본격 협상]美 ‘북핵 제3국 반출’ 요구… 싱가포르 담판 최대 쟁점으로
○ 제3국 반출, 트럼프-김정은 식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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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가면서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영사 업무 관련 실무자도 동행시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한반도 군사 관련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폼페이오의 평양행이 억류자 3명 석방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조율하기 위해 슈라이버 차관보를 대동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등 또 다른 보상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북측에 제안하며 신속한 비핵화 이행을 촉구 있는 만큼 동결→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핵 폐기 프로세스와 다른 이른바 트럼프-김정은 식 ‘비핵화 패스트 트랙’에 의견을 모았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워싱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과거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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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북핵이 어디서, 어떻게 폐기되느냐가 북-미 간 비핵화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핵 포기를 선언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관련 장비를 미국으로 넘겼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체 폐기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자체 폐기를 신뢰하기 어렵고 북한 또한 미국으로 핵을 넘길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 폐기는 제3국, 특히 핵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핵보유국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 보상을 결정할 수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는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9월 9월 정권 수립일,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장 수개월 내 일부 핵무기 폐기를 실시한다’는 깜짝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6개월이든, 1년이든 일단 단기 비핵화 프로그램이 공개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이나 러시아로의 북핵 반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 ‘핵 현황’의 투명한 공개가 관건
북한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등 핵심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조선중앙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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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됐지만 그동안 그 현황이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다. 미국 핵과학자협회보 ‘2018년 북한 핵능력 보고서’와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핵탄두 16∼60기에 플루토늄 20∼40kg, 고농축우라늄 250∼500kg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핵시설은 40∼100곳이며 관련 건물만 400곳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와 관련해 “비핵화 검증에는 20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300여 명의 IAEA 조사관 규모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성실하게 핵 관련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비핵화에 대한 검증을 완전히 진행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매파 핵심들은 북한의 결정을 촉구하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없이도 더 안전해진다고 믿는다면 그 무기들을 포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그것은) 진정한 안보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은 결국 김정은이 얼마나 성실하게 트럼프에게 실제 핵 현황을 공개하느냐에서 출발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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