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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세계를 보는 창 Now] 토종업체가 건재한 인도네시아에선 그랩 독점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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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창 Now] 우버와 합병이 오히려 경쟁 불붙여

우버와 그랩의 동남아 사업 합병이 시장 경쟁을 촉발한 국가도 있다. 토종 차량 호출 기업 고젝(Go-Jek)이 택시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자동차 기사와 승객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우버·그랩과 달리 고젝은 오토바이 기사와 승객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주력이다. 우버·그랩보다 늦은 2015년에 앱을 출시했지만, 자동차를 위한 기반 시설이 태부족해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는 인도네시아의 환경에 적합해 급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의 40% 이상이 출퇴근 시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이런 인도네시아의 50개 도시에서 지난해 말 기준 90만명의 고젝 기사가 하루 1500만명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버와 그랩은 인구 2억6000만명의 동남아 최대 시장 인도네시아에서는 합병에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고젝의 오토바이 택시가 우버·그랩 고객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고젝이 자동차 호출 서비스 시장에도 뛰어들면서 그랩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매체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오토바이를 아우르는 차량 호출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은 고젝이 56%, 그랩과 우버가 각각 33%와 8%로 고젝이 더 높았다. 고젝은 지난해 중국 텐센트와 징둥닷컴으로부터 12억달러(약 1조2800억원), 최근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홀딩스 등으로부터 12억달러를 투자받으며 그랩과의 가격 경쟁에 필요한 '실탄'까지 쌓아 나가고 있다.

고젝은 그랩의 동남아 택시 시장 독점을 막을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그랩과 동남아 우버의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28일 로이터는 고젝이 올해 상반기 필리핀에 진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동남아 각국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김경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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