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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우리말 바루기] ‘조우’는 ‘만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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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역사적 조우’ ‘남북 정상 11년 만의 해후’ ‘북·미 고위급 평양에서 조우’.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우’나 ‘해후’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조우’와 ‘해후’가 의미 있는 만남을 지칭하는 단어로 꽤 무게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둘의 의미를 따져보면 쓰임새에 다소 의문이 든다.

우선 ‘조우(遭遇)’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한다. ‘우연히’라고 하면 어떤 일이 뜻하지 않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조우’는 “길을 가다가 옛 친구를 조우했다”처럼 쓰일 때 잘 어울린다. 남북 정상이나 북·미 대표가 만나는 것은 우연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조우’가 적절하지 않다.

‘해후(邂逅)’ 역시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오랜 기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이뤄진 남북 정상의 만남과는 의미상 잘 맞지 않는다.

‘조우’ ‘해후’는 어려운 한자어다. 물론 단어의 뜻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굳이 흠잡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다. ‘만남’이라는 쉬운 말로 표현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 ‘남북 정상 역사적 조우’보다 ‘남북 정상 역사적 만남’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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