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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정은의 '만족한 합의'란…비핵화로드맵·체제보장 진전 이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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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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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만남으로 양측은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매체들이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했고, 김 위원장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전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벌였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다시 CVID 언급한 폼페이오…北 체제안전ㆍ제재 완화 얻었나= 최근 미국은 비핵화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긴장이 고조돼 왔다. 미국은 최근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VID)'로 목표치를 수정하고, 폐기 대상도 '대량파괴무기'(WMD)로 확대했다. 폼페이오 장관 취임 당시 사용한 PVID란 표현은 미 정부의 기존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인(permanent)'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표현은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단계별ㆍ동시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양측이 팽팽한 샅바 싸움을 하는 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비행기 안에서 다시 'CVI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취임식 때 언급했던 단어보다 한 단계 수위를 낮춘 것이다.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낮췄다 조절하면서 북한 측에게 협상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에서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과 달성시한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고, 북한은 최대 관심 사안인 체제안전보장 및 제재완화를 얻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핵 보유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정책과 안전에 대한 위협 해소'를 꼽은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적국이었지만 이젠 평화를 위해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이 힌트로 꼽힌다. 이외에 북미수교, 불가침 약속 확인, 적대시 정책 폐기 등에 대해서도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 측면에서는 미국이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 당장 제재 해제가 합의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진전 정도에 맞춰 국제기구로부터 지원이나 융자를 받을 길을 열어주는 정도는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것은 회담 의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선물'을 안김으로써 회담을 순조롭게 풀어가는 초석은 마련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 동부시간 10일 새벽2시 폼페이오 장관을 마중하러 나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 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큰 틀' 합의한 듯…세부 조율 과정 남아= 이렇게 큰 틀에서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 안보 내용에 합의했지만, 그 이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ㆍ동시적' 조치에 대해 미국 측은 "잘게 쪼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일까지의 물밑 조율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매우 성공적인 합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세부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예상을 낳게 한다.

아울러 막판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통 큰' 협상 스타일이 이번 회담의 승패를 가를 열쇠로 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선제적 조치를 하고 이후에는 동시적으로 가는 형식으로 합의를 봤을 것이라 본다"면서 "구체적으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사찰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선제적으로 30~60일 내 조치를 취하고 그 다음부터 북미 관계 정상화, 체제 안전보장으로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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