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검찰 수사단계서 신분 감춰…대학, 범죄 상황 파악도 못해
1년 간 아무 징계 없이 수업 진행…교수 측 사직서 제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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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김민영 기자]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현직 교수가 1년 가까이 아무런 징계 없이 수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대학은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을 즉각 직위해제 할 의무가 있지만 해당 대학 측은 소속 교수의 범죄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아시아경제의 취재 결과 서울 소재 H대학 모 단과대학 소속 A교수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불법촬영(몰래카메라)' 범죄를 저질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17일 오후 홍대입구역 출구에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여성의 치마와 하체 부위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11회에 걸쳐 촬영한 혐의다.
A교수는 범행을 인정해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처벌이 약하다고 판단한 검찰이 항소했으나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판결을 받아 형이 확정됐다. 선고유예는 벌금형에 한해 일정 기간 선고를 유예하고 2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유죄 판결이 없었던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
A교수는 수사 초기 경찰과 검찰에 교수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가 신분을 속이면서 학교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본인이 신분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 명예가 실추될까 본인이 (수사당국에) 직업을 속였다고 학교에 자진해서 말했다"고 전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경찰 등 수사기관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할 때나 기소할 때 이를 학교 측에 통보해야 한다. 또 이를 통보 받은 학교는 내용을 검토한 뒤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 음주운전 적발만 돼도 학교에 통보된다.
A교수의 경우처럼 형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교원은 통상 징계위를 통해 직위해제 된다. 수사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확인된 만큼 일단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시켜 확정된 형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A교수 측 관계자는 "절차상 또는 전산상의 오류로 경찰 등에서 (학교로) 통보가 안됐다"며 "그렇다고 본인이 학교에 '이런 일이 있으니까 징계해주십시오'라고 밝히는 것도 그래서 지금까지 지내 왔다"고 해명했다.
그 사이 A교수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가까이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교수는 이날 학교에 경위를 설명한 뒤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학교 측은 사직서 제출과 별도로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선고유예를 받은 만큼 파면 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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