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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법무부 집중투표제 등 상법개정 추진에 재계 '경영권 방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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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보호 위해 지배구조 개혁 나서지만 결국 투기자본만 이득"

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분리선출제도 경영 간섭·효율성 훼손 불보듯

"대기업 경영권 노출로 '먹잇감' 신세 전락...선의가 결과 보장 못해줘"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법무부와 국회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견제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해외 투기 자본에 경영권이 무방비로 노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반기를 들고 나온 시점이라 더욱 근심이 크다.

법무부는 25일 "계류 중인 관련 법안에 대한 법무부 의견을 개진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 소관 상임위 등에서 관련 내용 논의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집중투표제는 등기이사를 선출할 때 후보별로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표를 갖게 해 집중하거나 분산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법무부가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 비율이 50%가 넘는 자회사에 대해 모회사 주주 손해배상 소송을 허용하는 방안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집중투표 의무화는 이사 선출 시 1주 1표가 아닌 선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기에 지분이 적은 헤지펀드가 다른 투자자와 함께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진입,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도를 높이게 된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땐 국내 기업 주식을 쥔 외국계 자본이 기업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어 그만큼 경영권 간섭이 심해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별도 안건으로 정하고 사외이사와 상관없이 선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서부터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돼 독립성은 확보되겠지만,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입맛에 맛는 사람이 앉게 되면 기업정보와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실적과 고배당에만 집착하며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일본은 1950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가 주주 간 파벌싸움 등의 폐해와 경영 효율성 훼손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1974년 폐지했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칠레·멕시코 등에 불과하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안으로 입법례조차 찾기 힘들다.

재계 관계자는 “한 국가의 기업 지배 구조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기업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한 만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이사회 구성이 서로 뜻이 안 맞는 사람들로 구성돼 싸움만 하다 중요한 의사 결정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이 개정되면 외국계 투기 자본에 국내 대기업 경영권이 그대로 노출되어 '먹잇감'이 되고 우리나라가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재벌과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차익실현에 몰두하는 투기자본만 이득을 볼 것이다. 선의가 결과를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법무부는 2013년 이 같은 제도 도입 등 내용을 담아 입법 예고했지만, 재계 반발에 부딪혀 법 개정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재계에선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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