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18년 6월17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티켓 3만 원
출연 올드맨-이석준, 김종태, 김주현 / 영맨-김도빈, 강정우, 윤나무 / 레이디-김지현, 최유하, 손지윤
시간 화~금 8시, 9시30분 / 토, 일, 공휴일 3시, 5시, 7시30분(월요일 공연 없음, 5월7일 월요일 공연 있음)
이 연극의 관람을 권하는 것에는 약간의 주저함이 따른다. 그것은 이 연극이 3부작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기 따로 공연되기 때문이다. 트릴로지(trilogy), 즉 세 편 모두를 보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극을 소개하는 것은 세 편 모두 관람이 어려워 한 편만 선택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관람했을 때 세 편의 연결성을 찾아내기는 쉬운 작업이 되겠지만 한 편만 보아도 그 자체로서 완성도, 이야기의 완결성은 충분하다.
이 연극은 <벙커 트릴로지> <프론티어 트릴로지>를 통해 일약 영국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작가 제이미 윌크스의 원작을 기반으로, 지난 2014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고 국내에서는 2015년 초연에 이어 2016년 재연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세 편의 공연은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독립된 이야기로 공연한다. 각 공연에 10년 가량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관람 순서는 감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세 편을 모두 관람한다면 각 시대별로 시카고를 쥐고 흔들었던 인물, ‘알 카포네’가 도시 전체에 주었던 희미한 공기의 변화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트릴로지, 세 개의 이야기
세 개의 이야기는 1923년 코미디 <로키>, 1934년 서스펜스 <루시퍼>, 1943년 하드보일드 <빈디치>로 이어진다. <로키>는 렉싱턴호텔 바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661호 방에서 그녀를 둘러싼 10인의 인물들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겹겹이 쌓이는 거짓말과 죽음을 위로 다양한 캐릭터와 롤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춤과 노래와 함께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다.
<루시퍼>는 카포네 조직의 2인자 닉 니티와 그의 아내 말린이 머문다. 어쩌면 도시에서 가장 나쁜 놈이 머무는 이곳은 그 어디보다 안전한 듯, 가장 아찔하고 위험한 장소이다. 알 카포네가 없는 시카고에서 조직의 평안을 지키고자 했던 닉을 두고 벌어지는 사랑, 갈등, 위기의 이야기가 긴장감 높은 밀도로 벌어진다. 격정의 <빈디치>는 오직 아내 그레이스의 복수만을 생각하는 부패한 경찰 빈디치와 그와 함께한 비밀스런 여인이자 복수의 조력자인 루시의 이야기다. 가장 나쁜 범죄와 가장 잔혹한 비극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극의 무대는 7평짜리 시카고 렉싱턴호텔 661호다. 불과 100석 남짓의 객석에서 손을 뻗으면 무대가 만져진다. 배우들의 대사는 물론 표정 하나, 호텔 방의 각종 소품들까지 관객은 이 호텔의 투숙객이 되어 지켜볼 수 있다. 보통 연극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무대는 인상적이며 원작과 달리 추가된 오브제는 다양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장치로 쓰인다.
극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관계의 공통점은 바로 폭력적인 소통 방식이다. 그들은 기만, 사기 혹은 법 이외의 것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거액에 팔린 쇼걸, 보스를 잃은 마피아 2인자, 그리고 복수에 눈이 먼 비리 경찰. 이들은 도덕과 법이 상실된 시대에서 당시 시카고를 뒤덮은 카포네의 범죄의 향기를 맡는다.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은 “이야기의 폭력적 구조에 저항하고 평범한 일상에 닿으려고 했다”며 디테일의 변화가 초, 재연과는 다른 관점 포인트라고 설명한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연극 <카포테 트릴로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26호 (18.05.01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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