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러·중, 미국 패권에 공동대응 나서기로…한국의 운명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외교·국방장관 동시에 모스크바 방문

러시아, 첨단무기 중국 제공도 적극적으로

한반도 운명에도 영향, 발등에 떨어진 불

Focus 인사이드


이달 초 중국의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이 거의 동시에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신임 국무위원이자 외교부장인 왕이(王毅)는 4월 4일에서 5일까지 체류하면서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Lavrov)를 만났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신임 국방부장인 웨이펑허(魏鳳和) 또한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CIS) 참석 그리고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Shoigu)와의 상견례를 목적으로 5일간(4월 1~5일) 방문했다.

중앙일보

중국과 러시아가 2014년 5월 24일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해상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해방군보=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국 고위급 인사의 빈번한 교류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방문은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양국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혹은 “일부 국가의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등의 우회적인 표현이 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 언론에 의하면, 이번 방문(왕과 웨이 부장)은 “미국과의 긴장 하에서 중ㆍ러의 긴밀한 협력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왕이 부장이 말했다고 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발언이다. 웨이 부장은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지지할 뿐 아니라 “양국 군사관계는 타이산(泰山)처럼 안정적이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ㆍ러관계는 국제ㆍ지역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냉전기 중ㆍ소분쟁은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한 축이었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약점을 보완하고, 우호적 국경을 유지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제고하고 있다. 그 간 양국이 외교적 공동노선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행동이나 독주에 제동을 걸어왔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왕이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공동 관심사항, 양국의 국익 제고를 위한 지원, 그리고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년 말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NSS)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국가’ 혹은 ‘전략적 경쟁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 세력’으로 보고 있다. 나토(NATO)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2014년 크림반도 무력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그리고 미 대선 개입 등 미ㆍ러 관계를 악화시키는 러시아의 대외 행태는 무수히 많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과의 영향력 경쟁을 넘어 미국을 축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동맹 체제 약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coercion), 남중국해와 대만 그리고 센카쿠댜(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주요 분쟁에 대한 대결적 자세는 중국의 공세적 대외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해 6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은 사흘 사이 두 차례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ㆍ러 협력은 수사적ㆍ외교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군사ㆍ안보 협력과 같은 보다 긴밀하고 장기적인 포석을 깔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무기 및 군사 기술이전인데, 최근 보다 정확한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본 〈Mr. 밀리터리〉의 ‘중국, 사드보다 강한 것 집안에 들인다’(2016.12.22)를 최신화하면 중국은 러시아제 S-400 (SA-21, Triumf) 대공(방공) 미사일 체계 총 6개 포대를 약 3조 원에 도입하고 있다. 유의할 점은 중국이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동 체계에 대해 연구ㆍ개발(R&D) 단계부터 재정적 지원을 했다는 점이고, 중국은 보다 다층적이고 넓은 지역에 대한 방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해 5월 7일 러시아 붉은 광장에서 선보인 S-400 미사일 [사진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제 최신 전투기 Su-35기 24대도 현재 도입중이며 내년까지 이전이 완료되는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기존의 수호이(Sukhoi)전투기와는 다른 AL-117S 엔진과 첨단 기술을 장착한 Su-35기는 분명 중국의 공군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으나 중국 측은 기술 이전을 포함, J-20 스텔스기와의 기술 접목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중국은 러시아제(製) 킬로(Kilo)급 잠수함 12척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알려진 라다(Lada)급 잠수함이 아닌, 보다 최신형이자 현재 러시아에서도 미취역되지 않은 칼리나(Kalina)급 잠수함 구매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왼쪽)과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인 Su-57. [사진 유튜브 캡처ㆍ러시아 국방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중점 관심 사항은 무기나 플랫홈보다는 첨단 기술이다. 또한, 부품ㆍ소모품, 운영 지식(know-how), 기술 지원 및 개량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ㆍ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초이후 도입된 Su-27기의 경우 이미 20-25년이 되었고, 중국 재래식 잠수함 전력의 주력인 위안(元)급 잠수함의 개량사업에도 러시아 기술이 반영되고 있다. 또한, 중국 주요 수상함의 취약점인 대공 미사일 체계의 보완에도 러시아 기술이 접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외에도 양국 군은 다양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지상군의 경우 ‘평화사명’(和平使命)을 2003년 이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보다 주목을 받는 훈련은 해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합해(聯合海ㆍJoint Sea)라는 이름으로 2012년 이후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5년 중ㆍ러 해상훈련은 지중해에서 그리고 2016년은 남중국해에서 실시되었다. 이는 양국이 외교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서로의 입장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작년(2017년) 7월 훈련은 발트해(Baltic Sea)에서 전개됐다. 이는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작년도 ‘연합해’ 훈련의 2단계는 블라디보스톡 인근해에서 9월에 실시되었는데, 북한의 국경으로부터 불과 150km 떨어진 해역이었다. 이 같은 양국 간 훈련 추이는 중국 해군의 다양한 작전 능력 습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일보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 웨이펑허 신임 국방부장(오른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러시아 국방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이후 중ㆍ러관계 추이 외에도 국내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연임(향후 6년) 성공, 시진핑 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 제한 폐지는 양국관계를 더 밀착시키는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 양국 최고지도자 간의 유대는 중요한 차원으로서 서방의 전문가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중국의 지지 그리고 시진핑과 푸틴 간의 개인적 유대로 인해 2015년 S-400 체계와 Su-35기의 계약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THAAD)의 한반도 도입에 대해 2016년 여름 이후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당시 전형적인 문구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반대하는...”이었다. 사실, 중국이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러시아가 동조한 사례임이 분명하나 이 같은 강대국 간의 공조는 우리에게 외교ㆍ군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동시에 S-400 체계 6개 포대의 향후 배치 지역, Su-35기의 운용 방식, 중국 잠수함 전력의 개량 추이 및 이동 경로 등에 대한 면밀한 추적이 필요하다. 우리 속담을 인용하면, 중ㆍ러 협력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김태호 한림대학원대학교 교수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