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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하현옥의 금융산책] ‘채권 30년 강세장’ 저문다…미 국채 금리 3% 돌파에 글로벌 시장 '폭풍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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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이후 4년만에 최고치

경제 회복, 유가 급등에 물가 들썩

Fed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듯

미국 재정적자로 채권 물량 늘고

중앙은행 수요 줄어 금리 더 상승

금리 역전된 한국도 자본유출 우려

아시아 증시 일제히 하락 출발

중앙일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 중 3%를 돌파한 24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1.7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 상황을 지켜보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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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년 국채 금리가 24일(현지시간)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했다. 201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개장 후 3.001%에 거래되던 10년 국채 수익률은 2.9995%에서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가 오르며 주식 시장은 위축됐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3% 하락한 2만4014.23에 장을 마감했다.

여파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미치고 있다. 25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84%와 0.28%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의 벤치마크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장과 투자자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추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기업의 조달 금리가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빚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가계보다 더 긴장하는 곳은 채권 시장이다. 채권 시장은 지난 30년간 호황을 누려왔다. 그동안 채권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채권값 상승)하며 강세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세계금융위기는 채권 시장에 내린 축복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은 700여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제로 금리까지 도입하고도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자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QE)라는 극약 처방을 썼다.

대규모 채권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잇따라 양적 완화의 배에 올라탔다.

중앙은행이라는 ‘큰 손’이 등장하며 채권 시장은 초과 수요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2011~2016년 연평균 채권 매입액은 1조2500억 달러보다 많았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채권은 1조5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채권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며 채권 시장의 강세장은 막을 내리는 듯한 분위기다. 장기 금리는 경기와 물가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연율 기준 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의 시장 금리 상승을 부추긴 것이 바로 유가 급등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24일(현지시간) 배럴당 74.07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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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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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도 오르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를 포함해 올해 3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월가에서는 올해 4번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채권 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시장 금리를 끌어올릴 요인이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을 쓸어담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면서 수요는 줄고 있다.

Fed는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최대 100억 달러의 보유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3개월마다 축소 규모를 늘리고 있다. ECB도 월 600억 유로였던 자산매입 규모를 1월부터 300억 유로로 줄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면서 채권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올해에만 1조 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전년보다 80% 넘게 늘어난 규모다. 채권 시장에 공급 폭탄이 터지는 셈이다.

FT는 “초(超) 완화적 통화정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손을 떼면서 50조 달러 규모의 세계 채권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투자의 지형도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 잔치가 펼쳐지며 증시와 부동산 등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특히 값싸게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기업은 이를 활용해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식 시장의 상승세는 가속화됐다.

하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며 자금이 주식 시장에서 채권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신흥국 등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미국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Fed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자본 유출의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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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탈 CEO.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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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하마룬드 스웨덴 SEB 이머징 마켓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가 주도하는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으로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지며 신흥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라흐는 2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를 돌파하면 채권트레이더들이 이후 추가적인 채권수익률 상승에 베팅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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