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세대 내 소방시설 정기점검 의무화해야"
부산의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화재대피실 불법개조가 만연해 있다. 민간에 위탁한 형식적인 소방점검이 불법 개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부산 지역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피실 내 불법 선반 설치 업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향식 피난사다리가 설치된 대피실에 선반을 짜 넣을 경우 화재 시 대피로 확보가 어려워 입주민들의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
소방법상 11층 이하의 아파트는 1년에 한 차례, 연면적 5천㎡ 이상 고층 아파트는 두 차례 소방점검을 받게 돼 있다.
25일 부산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소방시설 점검을 받아야 하는 부산 아파트는 주상복합을 제외하고 총 3235 가구다.
문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 등 고용주가 선정한 민간업체가 소방시설 점검을 진행하고 있어, 사실상 형식적인 점검에 머문다는 점이다
특히 세대 내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세대 내 방문을 통해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소방본부는 해마다 미점검 가구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세대 내 점검할 수 있는 가구가 20~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정 내 대피실을 불법개조하고, 심지어 스프링클러를 가로막는 대형 가구를 설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방법이 전무하다.
이런 탓에 최근 3년 동안 부산 소방에 적발된 아파트 소방시설 불법개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안전전문가들은 소방점검에 대한 법적 제도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처장은 "아파트 매매 시 매도자가 세대 내 소방시설점검을 시행한 결과표를 매매계약서에 첨부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세대 내 점검이 이뤄지지 않겠냐"며 "또 세대 내 점검을 하지 않은 가구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단지 아파트 몇천 가구를 소방시설 업체가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소방안전관리자가 직접 세대를 방문해 스프링클러나 대피실 등 점검을 시행하고, 지역 소방본부에 보고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부산소방본부 담당자는 "목숨을 앗아가는 화재 대부분이 옥외 공간이 아니라 공동주택과 같은 실내에서 발생하는 게 현실"이라며 "세대 내 점검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화재 예방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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