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9개국 총괄대표 맡은 제약업계 베테랑
의료 피부미용 분야서 두자릿수 성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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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CEO들을 만나보는 코너. 이번에는 김은영 한국엘러간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국엘러간은 글로벌 제약회사 엘러간의 한국 법인이다. 한국엘러간은 보톡스와 필러를 중심으로 한 의료 피부미용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김은영 대표를 만나 한국엘러간이 걸어온 길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한국엘러간 사무실 복도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그림이 여러 개 걸려있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쌍꺼풀이 없고, 광대뼈가 살짝 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표정에선 미소와 자신감이 넘친다. 한국엘러간은 동양화를 전공한 조장은 작가와 협업해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가상의 한국 여성 모델’들을 창조했다. 한국엘러간은 이 그림들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엘러간은 글로벌 제약회사 엘러간의 한국법인이다. 엘러간은 보톡스로 유명한 회사다. 미국 안과 의사 앨런 스콧 박사는 1971년 보툴리눔균에서 추출한 단백질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해 ‘사시 및 안검경련(눈 주변 근육이 떨리는 증상) 치료제’를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1989년 이 약의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자 엘러간이 900만 달러에 이 약 소유권을 사들여 ‘보톡스 BOTOX’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했다. FDA는 2002년 이 보톡스를 눈가 주름살 개선제로도 승인했다.
김은영 한국엘러간 대표는 무척 차분했다. 머릿속에 잘 정리된 내용을 인터뷰 내내 매끄럽게 전달했다. 오랫동안 제약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한국엘러간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엘러간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때는 1995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파트너 업체를 발굴해 엘러간의 제품을 판매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2009년부터는 보톡스, 필러(얼굴 진피 층에 주입해 주름을 개선하고 볼륨을 찾아주는 제품. 보통 아미노산과 우론산으로 이뤄지는 복잡한 다당류인 히알루론산이 원료로 쓰인다), 가슴 보형물 등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같은 해에는 안과사업부를 만들기 위해 삼일제약과 조인트벤처(삼일엘러간)를 별도로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한국엘러간이 삼일엘러간을 흡수합병해 지금에 이르고 있죠.”
김은영 대표가 한국엘러간에 합류한 것도 2015년이었다. 김 대표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업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다. 그는 한국얀센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2년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싱가포르 법인 대표에 올랐다. 노바티스 내 한국인 최초 지사장이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이었다. 한국엘러간 대표 취임 직전엔 한국BMS제약 대표로 일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 결정이 항상 대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고요. 제약회사를 다니면서 마케팅, 전략, 라이선스, 약가 업무 등 여러 일을 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땐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었죠. 하지만 스스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배우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지금 보내고 있는 하루하루에 집중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 오늘날까지 온 것 같네요.”
김 대표는 한국엘러간의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반 뒤인 지난해 12월, 엘러간 아시아 총괄대표가 되었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 대만, 태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9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각 나라 지사장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전체 업무를 조율하고 있다.
글로벌 엘러간은 메디컬 에스테틱(의료 피부미용)은 물론, 중추신경·눈·소화기·비뇨기 관련 치료제, 항감염제제 등 다양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100개 국가에서 1만6,000명 이상의 임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엘러간은 메디컬 에스테틱과 보톡스 치료 사업부, 안과 사업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보톡스, 필러, 가슴 보형물 등을 주력으로 하는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부가 회사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엘러간은 지난해 매출액 802억 원을 올렸다. 전년대비 10.3% 성장한 수치다. 국내 제약업계 평균 성장률 5%보다 두 배 높은 비율이다. 올해 매출액은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엘러간 아시아 총괄대표로 선임된 데에는 이 같은 한국엘러간의 실적 향상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미용성형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보톡스 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엘러간이 만드는 보톡스·필러·가슴 보형물 등은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가격 경쟁에 연연하지 않는 제품이죠. 우리는 그와 동시에 의료진의 시술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교육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한국엘러간은 2016년부터 ‘엘러간 메디컬 인스티튜트(AMI)’라는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본사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의료진을 상대로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진행은 엘러간 직원이 아닌,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또는 경험 많은 의료진들이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일반 제약과 달리, 메디컬 에스테틱은 의료진이 직접 환자들에게 보톡스나 필러를 시술해야 합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시술 결과를 얻기 위해선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 엘러간은 의료진들 대상으로 해부학적 지식, 효과적인 시술 방법, 안면 분석법과 커뮤니케이션 같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엘러간은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에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5월에는 턱 밑 지방을 줄여주는 주사제를 출시한다. 턱밑 지방개선 주사제로는 유일하게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엘러간에는 재출시된 제품도 있다. 본사가 2017년에 인수한 ‘젤틱’의 의료용 저온기 ‘쿨 스컬프팅’다. 이는 저온으로 지방세포를 제거하는 의료기기. 이 밖에도 엘러간은 안과사업부에서 ‘젠’이라는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매일 사용해야 하는 녹내장 치료 점안액과 달리, 안구에 삽입하는 임플란트로 안압을 낮춰주거나 녹내장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김 대표는 말한다. “제품을 출시할 땐 환자와 의료진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출시할 제품들은 과거 시장조사 결과가 좋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각 사업부에 신제품이 추가되면 올해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엘러간 아시아 9개국을 총괄하고 있다 보니, 김 대표는 하루에도 이메일을 수 백 통씩 받고 있다. 모든 업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말한다. “가능하면 모든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습니다. 제 결정이 필요한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죠.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
김 대표는 회사 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말했다. 문화와 시장환경이 다른 9개 국가 비즈니스를 조율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게 소통이라 강조했다. 그는 제약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스위스, 스페인, 싱가포르 등 다양한 나라에서 근무했다. “그런 경험을 쌓은 덕분에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편입니다. 각 지사에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도 하고요. 다만, 좋은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합니다. 전략 기획을 하는 건 저 혼자 책상에서 할 수 있지만, 직원들이 그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해야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직원들과의 소통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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