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의존한 이랜드·온앤온 등 경쟁력 잃어”
국내 패션업체 또는 디자이너가 중국 패션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성을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중국 시장만을 겨냥할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중국 소비자 공략에 성공한 ‘스타일난다(위)’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 성공한 ‘무인양품’ 마쓰이 타다미쓰 회장. /스타일난다·조선일보DB |
중국의 월간 패션전문지 ‘더 패션숍(The Fashion Shop)’의 이욱효 편집인은 지난24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K-콘텐츠 커머스 전략 세미나’에서 “스타일난다는 ‘스타일난다 스타일’이라는 말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며 “최근 중국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의 옷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더 패션숍은 지난 14년간 중국 패션 트렌드를 연구해온 매체다. 한·중 디자이너 화보집을 만드는 등 한국 패션매체와도 협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디자이너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이 편집인에 따르면 스타일난다의 성공에는 개성 있는 디자인, O2O(Online to Offline) 전략, 가격 경쟁력, 한류 콘텐츠를 통한 광고, 중국 편집숍 아이티(I.T)를 통한 진출 등이 큰 역할을 했다.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가격, 마케팅, 유통채널 전략이 사박자를 이뤄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 개성 있는 ‘스타일난다’, 라이프스타일 제시한 ‘무인양품’ 성공
그는 “스타일난다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도 열어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여기에 가격 경쟁력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등을 통한 광고로 브랜딩을 잘 해서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에 시작한 스타일난다는 국내 영업에 주력하던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339억원에 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회사였지만 ‘K팝(K-pop)’에 이어 ‘K패션’ ‘K뷰티’ 바람이 불면서 창업 9년 만인 2014년 매출 1151억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중국시장에서의 인기가 큰 역할을 했다.
개성과 질을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중국 패션 산업 구조는 크게 재편되고 있다. 양대준 우의국제브랜드(북경)유한공사 총재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은 자라·유니클로·H&M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며 “양이 아닌 질을 중요시하는 중국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이런 대량생산 기업들은 현재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준 우의국제브랜드(북경)유한공사 총재가 24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 패션산업 온· 오프라인 시장상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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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국제브랜드(북경)유한공사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투자그룹이다. 지난 7년간 M&A를 통해 중국 최대 패션그룹으로 성장했다. 스위스 명품 브랜드 ‘발리(Bally)’ 이탈리아 명품 남성 브랜드 ‘세루티 1881(CERRUTI 1881)’, 프랑스 패션 브랜드 ‘마쥬(maje)’ 등이 공사가 M&A를 진행한 브랜드다. 양 총재는 북경칭화대, 상해교통대 패션부문 초빙교수이며, 패션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 ‘모델의 혁명’ 저자이기도 하다.
양 총재에 따르면 이와 반대로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브랜드는 ‘무인양품(無印良品)’이다. 요즘 중국인들에게 무인양품은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 후 아이를 돌보고 밤에 잠들기까지 하루 동안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줄 수 있는 브랜드다.
그는 “무인양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옷으로 중국인을 만족시키고 있다”며 “‘매장에 가서 내가 하루 동안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지가 요즘 소비자의 관심인데, 무인양품은 이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총재는 과거 급성장한 이랜드, 온앤온 등의 한국 브랜드가 최근 부진한 이유에 대해 “중국에 진출하는 패션업체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며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하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지켜 소비자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랜드, 온앤온 등의 브랜드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과거에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나만의 스타일’을 제시하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면서 과거 브랜드력에 기대 변화하지 못한 업체는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독창적 디자인으로 中 소비자 놀라게 하라”
이날 ‘중국 진출을 위한 사전 홍보 및 유통환경’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최근 중국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편집숍 열풍’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중국의 월간 패션전문지 ‘더 패션숍’의 이욱효 편집인(가운데)이 ‘중국 진출을 위한 사전 홍보 및 유통환경’을 주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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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집인에 따르면 2014년 70개에 불과했던 편집숍은 2015년 1600여개, 2017년 3000여개로 급증했다. 또 편집숍은 북경, 상해, 선전, 광저우 등 1선 도시에 주로 분포했지만, 최근에는 2선 도시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2선 도시에는 현재 50여개의 편집숍이 생겨났다.
이 편집인은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갖춘 편집숍이 ‘브랜드가 아닌 개성화된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며 “다만 좋은 제품을 편집숍에 입점시키는 바이어의 능력은 아직 후진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편집인은 “‘Assemble by Reel’ 등도 중국 백화점에서 편집숍을 열어 성공한 브랜드”라며 “한국 디자이너도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총재도 “대기업처럼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개성있는 디자인을 보여줘야 성공한다”며 “90년대 중국 디자이너 중 80% 이상이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 런던 예술학교, 프랑스·이탈리아의 유명 패션학교에서 유학한 후 돌아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갖춘 패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패션업체나 디자이너도 진정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 시장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패션을 내놓아야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예리 기자(by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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