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아닌 전문적 댓글조작 정황
경찰, 서버 압수해 분석작업 진행중
가상 IP 제공 VPN 업체도 압수수색
<한겨레>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아무개(48)씨 등이 별도의 서버를 구축해 여론 조작을 벌여온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들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자동으로 댓글 추천수를 늘려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더 성능이 뛰어난 장비들을 이용해 대규모 여론 조작을 실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서버를 ‘킹크랩’이라는 은어로 불렀다고 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김씨 등이 자동으로 댓글 추천수 등을 조작하는 데 사용한 서버를 찾아 압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조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서버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버의 활용 시기와 방법 등은 추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별도 서버를 구축한 것 자체가 일회성 단순 작업이 아닌 전문적인 여론 조작 작업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러 개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대규모 작업을 하기 위해 서버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버를 사용하면 일반 컴퓨터보다 댓글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아이디를 더 많이 이용해 광범위한 매크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아이티(IT) 전문가도 “서버와 일반 컴퓨터는 성능 차이가 있다. 대규모 작업을 처리하려면 서버를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자신의 컴퓨터에 여론 조작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서버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버만 파기하면 여론 조작을 한 흔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이 ‘대규모 작업’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버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서버가 압수됐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권석철 대표는 “어떤 뉴스에 접근했고 어떤 작업을 했는지 서버에 다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버만 분석을 해도 대략의 여론 조작 규모나 대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압수한 서버의 분석 결과에 따라 경찰의 수사 범위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서버 외에 또다른 증거도 확보했다. 경찰은 최근 김씨 등이 여론 조작을 위해 사용한 가상사설망(VPN)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사설망은 인터넷에서 주소 역할을 하는 아이피(IP)를 가상으로 할당해주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등은 이른바 ‘도배’를 막기 위해 한 아이피에서 여러 개의 글을 올리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가상사설망은 이런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사설망 업체에 일정 비용을 내면 여러 개의 아이피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한 가상사설망 사용은 앞선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 아이티 전문가는 “가상사설망 업체 쪽 서버에도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 등 온라인 조작 활동의 정황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