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차이나-75] 이달 초 중국 기업인들과 저녁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만찬은 10인이 앉을 수 있는 원탁이 마련된 별도 룸에서 진행됐다. 중국에서는 본격적 식사에 앞서 차 마시는 문화가 있는 터라 이곳에 모인 중국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차를 즐겼다. 그러던 중 한 기업인이 중국산 담배인 중화(中華)를 꺼내 지인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중화를 입에 물고 피우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고가 담배를 꺼내 불까지 붙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 인심이 무척 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화는 중국에서 값비싼 담배로 통한다.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가장 저렴한 중화가 65위안(약 1만1000원)이다. 한 개비당 550원 정도인 셈이다.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공산당 지도부에게만 전달되는 중화는 암시장에서 한 갑에 1만위안(170만원) 이상 거래된다는 소문도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 식당과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엄하게 단속하고 있다. 반면 흡연율이 38%에 달하는 세계 1위 담배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흡연 단속이 느슨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당국에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호텔, 고급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 공공장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금연'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중국인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불시 조사를 통해 금연 규정을 위반한 곳을 적발하고, 업주나 건물 관리자에게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어 그나마 과거보다 상황이 나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는 호텔 로비에서도 마음껏 흡연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호텔 밖에 설치돼 있는 흡연 구역을 이용해야 한다. 베이징 시내 고급 호텔 가운데 '스모킹 룸(흡연이 가능한 방)' 자체를 없앤 곳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중국 당국은 '직접 단속'과 함께 가격 변수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즉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붙여 담배 소비 감소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차이징에 따르면 65위안짜리 중화 한 갑의 원가는 불과 3위안(약 51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0위안에 팔리는 중화 한 갑의 원가는 많아 봤자 8위안(약 1360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차이징은 "담배 한 갑에는 54.5%에 달하는 연초소비세·증치세·소득세·인화세 등이 붙는다"며 "중국에서 담배가 비싼 이유는 세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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