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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코레일 신입들, 외주업체 직원 직접고용 결정에 "노조 탈퇴할 것"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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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인력 정직원화 방침에 “독선적 추진 반대…노조 탈퇴 불사” 성명...노-노 갈등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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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직원들이 선로를 정비하고 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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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한국철도공사) 외주업체 직원의 본사 정규직 전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코레일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신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일자리를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이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청년의 일자리를 강제로 선점하는 것”이라며 집단 성명까지 나왔다. 외주업체 직원의 코레일 정규직 전환이 노-노(勞-勞)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25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레일 노사가 기술 및 운수 분야 외주업체 등에서 일하는 3000여명을 본사 정규직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데 대해 코레일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된 것은 철도 차량 검사를 맡는 로테코(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 소속 직원들이다. 7월 초 이들을 코레일 정규직원으로 전환하기로 한데 대해 신입 직원들이 반대 성명을 냈다.

◇ “무조건적 정규직화는 청년 일자리 뺏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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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외주업체 직원을 7월 초부터 정직원으로 전환키로 한 결정에 대해 코레일 신입 직원들이 반대 성명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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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호남철도차량정비단 소속 신입 직원 62명은 “조합원과 상의없이 이뤄진 직접고용 합의를 규탄한다”며 “로테코(직원) 직접 고용이 현실화되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을 탈퇴하겠다”고 성명서를 냈다. 이어 수도권동부본부(16일)와 대전철도차량정비단(18일) 신입직원 총 73명도 성명서를 통해 “외주업체 직원 정규직 직고용을 반대한다”며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강제로 선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로테코는 철도 차량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기업체다. 현재 고양차량기지, 호남차량기지, 시흥차량기지 등의 경수선(경정비)과 중수선(중정비)을 담당한다. 정규직이긴 하지만 일종의 파견 근로다. 차량 검사는 전형적인 3D 업무로 꼽힌다. 업무 강도도 높아 코레일에서도 로테코 소속 근로자들을 “일하는 로봇”이라고 부를 정도다.

신입 직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로테코 소속 근로자들을 6급 이상 정직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다. 코레일은 공채로 입사하면 6급을 받는다. 이전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된 사람들에게 7급을 부여한다. 왜 특별한 이유 없이 외주업체 근로자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코레일 정직원 신분을 부여하느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한 직원은 철도노조 웹사이트 게시판에 “현재 공채로 들어오는 신입 사원들은 서류-필기-면접-인턴 등을 거쳐 입사하는 데, 외주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데 어떠한 절차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절차 없는 정직원 전환은 강원도 모 공공기관(강원랜드) 채용비리 사례보다 더한 채용비리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직원들은 성명서에서 “지금은 안전 문제와 관련한 자회사 직원들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지만, 나중에 다른 자회사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며 “전혀 다른 문(채용 과정)을 거쳐 들어왔지만 같은 처우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노조 간부 “인턴 채용 불공정 입사였다” 말했다 역풍

코레일은 2010년부터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로 신입 직원을 뽑아왔다. 2017년의 경우 상반기 700명, 하반기 750명을 선발해 2개월 인턴을 거치게 한 뒤 70~80% 인원을 정직원으로 선발했다. 2013년 이전에는 인턴 근무 기간이 5개월이었고 정규직 전환율은 절반이 채 되지 못했다. 신입 직원들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이런 과정을 밟지 않고 똑같은 코레일 정직원이 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급여에서 손해를 보고 작업환경도 안좋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또 다른 이유다. 신입직원들은 성명서에서 “로테코를 비롯한 하청업체 직원들을 모두 직고용했을 때 인건비 부담을 누가 해결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공부문에서 기본급이 가장 낮고, 성과상여금 배분 문제, 직렬간 임금격차, 복잡한 통상임금 구조 등으로 해마다 임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신입직원들은 “(임금체계 등과 관련해) 가장 중대한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에만 혈안이 돼있는 철도노조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직원은 “용역 직원이 모회사에 직접 고용되면 위험한 업무를 우리들이 당장 해야 한다"며 "조합원의 근무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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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노사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외주업체 직원들을 대거 본사 정직원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코레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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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철도노조 관계자들의 경직된 대응이 신입직원들의 반발을 키운 측면도 있다. 오해승 철도노조 익산열차지부장은 철도노조 웹사이트 게시판에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의도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정규직 입사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직고용한다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이들은 불공정경쟁으로 철도에 입사했다”며 “인턴은 그들만의 리그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코레일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에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철도노조 소식지에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노조를 적폐로 규정하면서 차마 상상도 못할 욕설과 비하적 표현을 한 것을 보며 당혹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노조 간부는 “노동조합이 그동안 신규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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