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 사흘째인 2007년 10월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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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1년이 흘렀다. 한반도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일각에선 "2007년 회담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1년 전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했던 말과 비슷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07년 회담 논의대상이었던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등을 이번에도 의제로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는 국제적 환경도 유사하다. 북한 비핵화가 화두인 것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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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7년 김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던 발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훈(遺訓)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노 전 대통령의 답방 요구에 “김대중 대통령하고 얘기했는데, 앞으로 가는(방남) 경우 김영남 위원장이 수반으로서 갈 수 있다”며 “군사적 문제가 이야기될 때는 내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신변안전 등을 우려해 한국에 올 수 없다는 완곡한 거절이기도 하지만, 종전선언 등을 협의할 경우 방한하겠다는 뜻도 된다. 이번 회담 장소를 판문점 남측지역으로 택한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11년 전 김정일 위원장은 언급했다. 그는 “북남 사이에 군사적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며 “얼마 전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 문제를 언급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아주 의미 있다”고 했다.
2006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전쟁 종료선언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종전 문서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반추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17일(현지시각) “남북의 종전선언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걸음을 기대하고 있다. 11년 전 김정일은 “전쟁 당사자 정상들이 분계선 가까운 곳에 모여 전쟁이 끝나는 것을 공동으로 선포한다면 평화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미국 사람들과 사업(협의)해서 성사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현 정부가 중매쟁이를 자청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도록 나서는 게 혹시 김정일이 언급한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노무현→문재인, 김정일→김정은으로 사람만 바뀌었을 뿐 주변 환경이나 의제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11년 전 김정일의 발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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