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일본조류표식협회 공동연구 참여가 인연으로
10년째 한국서 연구활동…월급으로 조류서적 몽땅 사들이는 '마니아'
소매물도에서 철새 조사를 하고 있는 오구라 타케시씨(45).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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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사람이라기보다는 새에 가까운 분이죠"
동료 연구원들이 우스갯소리로 '새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철새 조사에 푹 빠져 사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 건너온 '조류 연구 마니아'였다.
오구라 타케시씨(45)는 공단 조류연구센터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 19일 취재진이 경상남도 소매물도를 찾은 날에도 그는 철새 관찰을 위해 설치해 놓은 그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타케시씨는 20년 이상 조류 연구에 매진해온 베테랑이다. 일본 야마시나 조류연구소에서 조류 가락지 부착 코스를 수료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그가 보유한 가락지 부착 자격증은 새 다리에 금속링을 붙인 후 재포획 및 사체 회수를 통해 이동 경로와 나이 등을 조사하는 과정을 수료해야 취득할 수 있다.
조류 연구 전문가이기도 한 타케시씨는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조류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덕후'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자국을 떠나 거제도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타케시씨는 자신이 한국에 온 과정에 대해 "어느새 한국에 있었다"고 표현했다.
호주 북서지역 조사원과 일본 조류학회 회원으로 활동한 그는 과거 순천만과 제주도에서 이뤄진 두루미, 산새 조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공단 조류연구센터와 일본 조류표식협회의 공동연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자리잡게 됐다. 두 차례 조류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게 공단과의 인연이 된 것이다.
한국에 온 후 전라남도 홍도와 흑산도, 태안 등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온 타케시씨는 올해 2월부터 거제도로 자리를 옮겨 홍길표 조류연구센터 과장과 함께 봄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를 조사하고 있다.
봄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소매물도에 설치해 놓은 그물.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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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조류 연구를 해온 타케시씨는 "아직도 새에 대한 관심은 끝이 없다"며 "매일 의문이 생기고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발견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발견되는 조류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팔색조 등이 번식하고 겨울에는 흰꼬리수리와 독수리도 발견되는데 예전에 있었던 흑산도와 태안과는 확연히 달라요"
타케시씨에게 처음 마주하는 지역에서의 조류 연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당연한 자연의 변화라도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0년째 한국의 자연과 벗 삼아 연구활동을 해온 그가 생각하는 특별한 순간이란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타케시씨는 "우리 연구팀이 가락지를 부착한 조류를 해외의 지인과 연구자가 발견해 연락해온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를 통해 연결돼 있음을 실감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타케시씨의 목표는 아마추어 연구자에게도 조류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특정 교육기관이나 연구 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조류 연구나 조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제약 없이 조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정비와 지식 보급 등에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케시씨는 "지금 거제와 통영에서 철새 조사를 하고 있지만 숙박 시설과 일손이 부족해 적절한 규모로 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조사 지역에서 상주할 숙박 시설 등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타케시씨와 홍 과장 연구팀은 매주 2~3일씩은 소매물도에 그물을 설치하고 철새 관찰을 하고 있다. 2주 전에는 그물에 걸린 큰부리새, 유리딱새, 동박새, 노란턱멧새 등을 발견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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