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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검찰 누가 '드루킹' 불기소 처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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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대선 직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드루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때 "(인터넷에) 특정 후보자를 위한 글을 게시한 대가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관위는 당시 드루킹 등이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 활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지만 드루킹 일당의 방해로 현장 조사를 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이들의 금융거래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8억원가량의 입출금 내역 중 2억5000만원가량이 불법 자금으로 의심된다며 대선 나흘 전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 돈이 주로 급여나 강의료·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쓴 것이어서 불법 선거운동 대가로 보기 어렵다며 대선 후인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돈 흐름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결 계좌를 추적하려 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고, 드루킹의 이메일·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도 기각됐다고 했다. 수사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 검찰은 드루킹을 수사하던 시기 국정원 댓글 수사도 진행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선 전직 국정원 간부와 민간인들을 포함해 30여 명을 구속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재청구했고, 국정원 서버를 뒤졌고, 동료 검사를 구속하려다 그 검사가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드루킹 댓글은 영장 기각 때문에 수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국정원 댓글과 드루킹 댓글은 대선 전후 시점에 조직적인 불법 여론 조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본질이 다르지 않다. 검찰 태도가 달랐던 진짜 이유는 드루킹 수사가 지나간 권력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과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루킹은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김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 등을 달라고 집요하게 인사 청탁을 했고, 작년 9월엔 김 의원 보좌관에게 선물 상자에 넣은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 모두 드루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시점이다. 수사를 받는 사람이 검찰 수사를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길래 이런 일들을 벌였던 것인가. 검찰 스스로 드루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실제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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