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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87] SNS에 훈련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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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지난 몇 년간 승승장구하던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창업 이후 최고의 위기에 빠져 있다. 수천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가 브렉시트 투표 캠페인이나 트럼프 대통령 대선 전략에 남용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홈페이지를 켜면 바로 뜨는 인터넷 광고들.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히 그들은 내가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느 축구팀을 응원하며,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아마존은 언제나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고, 넷플릭스는 날마다 멋진 영화를 추천해준다.

SNS에 올린 글, 그림, 그리고 자주 방문한 사이트를 통해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내 성향을 파악해 원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문제는 우리가 읽는 대부분 뉴스 역시 SNS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동시에 내가 접하는 뉴스를 독점한다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SNS 데이터를 통해 어느 소비자가 축구팀 A를 지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가설해보자.

만약 특정 기업, 단체, 또는 정부가 반대로 B팀을 지원하고 싶다면,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B팀에 대한 좋은 정보와 A팀에 대한 나쁜 소식들만 제공하면 된다. A팀을 지지하는 글을 올릴 때마다 비판적 반응, 반대로 B팀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 칭찬의 댓글을 달아준다면 대부분 소비자는 머지않아 B팀을 지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채찍과 당근을 통해 강아지를 훈련하듯 사회적 관심과 비판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을 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이해관계 충돌이 없는 공정한 경쟁이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같은 회사의 영화 제작과 배급을 금지하듯, 동일한 기업이나 기관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정보 제공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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