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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자의 시각] "평화통일 애쓴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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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용수 정치부 기자


청와대가 24일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환영 만찬 메뉴 중에는 '남해 통영산 문어냉채'가 포함됐다. 메뉴 선정 배경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았다"며 이 음식이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특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과 동급의 통일운동가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윤씨는 '세계적 작곡가'란 평가와 '친북 예술인'이란 비판이 엇갈리는 인물이다. 윤씨는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1995년 사망 때까지 범민련 등 6개 이적 단체에서 활동하며 20여차례 입북했다. 김일성에게 보낸 편지에선 '우리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라며 칭송했다. 1987년엔 김일성 75회 생일을 맞아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작곡해 김일성에게 헌정했다. 김일성은 윤씨를 "우리 민족의 귀중한 재산이자 재간둥이"라고 했다. 공안 당국이 그를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에 앞장선 북한 문화 공작원"이라고 보는 이유다.

윤씨의 아내 이수자(91)씨는 김일성 사망 5주기였던 1999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방명록에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며 수령님 영전에 큰절을 올립니다'라고 썼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는 딸 윤정(68)씨와 함께 방북해 조문했다. 이씨 모녀는 평양에 김일성이 하사한 고급 주택도 갖고 있다. 2011년엔 윤씨가 재독 간호사였던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 오길남씨에게 일가족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씨는 북한을 탈출했지만 신씨와 두 딸은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윤이상의 친북 행적에 대해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다. 김정숙 여사는 작년 7월 문 대통령 독일 순방 때 통영의 동백나무를 윤씨 묘지에 심으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윤씨의 100회 생일을 맞아 추모글을 남겼다. 그러더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이상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쓴 분'으로 규정한 것이다.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는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로 불렸던 정추(1923~2013)라는 한국인 거장 음악가가 있었다. 그는 1946년 월북했지만 소련 유학 도중 김일성 독재에 반대했다가 카자흐스탄에서 평생 유배 생활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난 북한 체제를 반대한 망명자고, 윤이상은 사이비 사회주의 독재국가를 찬양한 사람"이라며 "나를 그와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현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이용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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