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5세짜리 자녀 이름으로 10억원어치 주식을 사면서도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고액 자산가의 며느리 B씨는 시아버지로부터 5억원을 증여받은 뒤 고금리 회사채를 사들여 자녀 명의 계좌로 돌렸다.
국세청은 이처럼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고액의 자산을 보유한 미성년자 등 이른바 '금수저' 탈세 혐의자 26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액의 예금이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151명, 특별한 소득 없이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고액 전세에 거주하는 77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가령 20대 후반인 C씨는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최근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를 17억원에 취득했다. 국세청은 이 아파트 취득자금이 아버지로부터 편법 증여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변칙적인 자본 거래를 통해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40개 기업도 조사 대상이다. 한 기업의 사주 D씨는 회사 내부 정보를 활용해 어린 손자에게 미리 주식을 증여한 뒤 개발 사업을 시행해 주식 가치를 폭등시키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들의 자금 원천을 추적하는 한편, 탈세 과정에서 기업 자금 유용이나 비자금 조성 등이 있었는지도 꼼꼼히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고액 금융 자산을 보유한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탈세 여부를 검증하고, 청약과열지구 아파트 당첨자의 자금조달계획서도 전수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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