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2000명 뽑아 월74만원… 기대만큼 실업 감소 효과 못봐
23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최근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주관하는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이 요청한 5000만유로(약 660억원) 예산 증액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KELA는 시범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올 12월 끝낼 계획이다. 국민에게 무조건 돈을 주는 유례없는 실험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1월부터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25~58세 실직자 17만명 중 무작위로 2000명을 뽑아 매월 560유로(약 74만원)를 현금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업수당을 계속 받기 위해 급여가 적은 단기 임시 일자리는 거들떠보지 않는 장기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실험이다. 기본소득 대상자는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어도 기본소득을 깎지 않고 계속 지급한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소득은 지급된다.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라는 취지다.
실험이 성공적일 경우 핀란드 정부는 취업자 등으로 기본소득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기대했던 만큼 실업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에 "기본소득 대신 다른 복지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당 근로 시간이 많아야 유리하도록 설계된 영국식 '유니버설 크레디트' 방식이나, 소득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근로자에게 소득세 면제와 함께 보조금을 조금 더 얹어주는 '역(逆)소득세'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복지 제도의 발상의 전환'이라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핀란드는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유턴'하고 있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