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공정위, 정황 포착 조사 나서

아들·딸이 소유한 회사 통해 기내 면세품 '통행세' 받은 혐의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에 휩싸인 한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조양호 회장의 아들·딸이 소유한 회사로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24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일부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에 조사관 30여명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내 면세품을 공급받는 과정 중간에 조 회장의 아들·딸이 소유한 회사를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은 혐의다. 납품업체에서 바로 납품받아도 될 물품을 조 회장 아들·딸이 소유한 회사를 통하도록 해 중개 이득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와인 등 기내 면세품의 종류별로 회사를 끼워 넣어 조 회장 아들·딸에 통행세를 몰아준 의혹이 있다"며 "부당 내부 거래 규모가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 회장 아들·딸과 함께 중개 회사 대표로 이름을 올린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 A씨 등을 조사하는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 연간 매출은 2000억원대다.

한진그룹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들 회사가 갑자기 사무실 문을 닫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해 급히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의 갑질 사건이 확산되자 한진그룹이 먼저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2016년에도 계열사와 내부 거래를 통해 그룹 3세에 부당 이익을 준 혐의로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적이 있다. 기내 면세품 광고의 수익을 조 회장 아들·딸이 소유한 회사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당시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과는 별개로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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