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경인지부 지회장 등 한달간 16차례 현장서 집단시위
거짓 사진 찍어 허위 고발한 혐의
법원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 넘어"… 2명에 징역 6개월·1년 선고
판결문을 보면, 김씨와 남씨는 2016년 4월 민노총 경인지부 운영회의에서 한국노총 소속 크레인 기사 A씨가 김포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지 못하게 공사 관계자들을 협박할 계획을 세웠다. 이 현장은 4층 아파트 신축 공사로, 크레인 업체 측은 애초에 민노총·한국노총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비노조원 기사를 고용했었다. 이 기사가 그만두자, 한국노총 소속 A씨를 고용했다.
김씨는 크레인 업체 대표를 찾아가 "한국노총 기사를 고용한 걸 인정할 수 없다. (해고) 조치가 안 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현장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모·안전고리 미착용 등 사소한 위반 사례를 모아 노동청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당시 민노총 측은 '인천(김포 포함) 지역에 한국노총 크레인 기사가 발붙인 적이 없다'며 민노총 사람이나, 적어도 비노조원을 고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선 타워크레인을 민노총과 한국노총, 비노조원에게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주는 것이 관행이다. 최근 민노총 소속 기사 수가 많고 세력이 커, 일부 지역에선 한국노총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김씨 등은 실제 며칠 뒤 공사 현장에서 민노총 노조원 11명과 함께 노동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시위했다. 남씨는 공사 현장 간부를 찾아가 "기사를 바꾸든지, 크레인 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꾸든지 하라"며 "그렇게 될 때까지 집회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 고발하고, 그래도 안 되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 등은 A씨가 해고되지 않자 공사 현장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처럼 고발장을 작성해 지방 노동청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간 16차례에 걸쳐 현장 앞에서 집회를 계속했다. 추가 고발장도 제출했다. 그러면서 고소 작업차(일명 스카이차)를 동원해 공사 현장 안쪽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촬영된 사진 중 쓸 만한 게 없자, 다른 현장에서 찍은 '거짓 사진'을 고발장에 첨부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크레인 업체 대표는 민노총에 '다음 현장에선 한국노총 소속 기사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집회가 그쳤다.
김씨와 남씨는 재판에서 "해당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슬링벨트(타워크레인과 화물을 연결시켜주는 벨트)가 끊어지는 산재가 발생했는데도, 현장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집회를 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산재 사고는 옆 현장에서 일어났는데, 옆 현장에선 집회나 고발을 한 적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크레인 업체 대표는 노조 조합원의 고용 개선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의무가 있을 뿐, 그 조합원들을 반드시 고용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노총의 조직적 특성 및 그 위력(威力)이 미치는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이 그 위력을 배제(무시)하긴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 해악의 고지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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