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3순위 이석태 前민변회장… 민변출신이 심사 후 1순위로
노무현 정권 땐 靑비서관 지내고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경력
보수성향 하창우 前변협회장, 1순위서 3순위로 밀리며 탈락
오늘(25일) '법의 날' 기념식에서 세월호특별조사위원장을 지낸 이석태〈사진〉 변호사가 최고 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다. 그동안 이 행사에선 임기를 마친 직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관례적으로 이 훈장을 받았다. 이번에도 대한변협은 전임 회장이었던 하창우 변호사와 이 변호사를 1, 3순위 후보로 추천했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 변호사를 1순위로 바꿔 추천했고, 그 안이 지난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도 지냈다. 법조계에선 "노골적인 코드 훈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지난달 훈장 수상 후보로 하 전 회장과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를 각각 1, 2순위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이 변호사는 추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뒤 법무부로부터 "다른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추천 후보들의 성향과 이력을 문제 삼는 말들이 나왔다고 들었다"고 했다. 하 전 회장은 회장 재직 시절인 2016년 2월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던 '테러방지법'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대한변협 명의로 국회에 보낸 적이 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대한변협은 우창록 변호사 대신 윤호일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를 2순위로 하고, 이 변호사를 3순위로 하는 추천안을 다시 올렸다. 1순위에는 하 변호사를 유지했다. "관례와 하 변호사 업적 등을 고려할 때 훈장 수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3순위로 추천된 이 변호사를 1순위로 바꿨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사람 중 본인이 고사한 경우를 제외하고 법무부 심사에서 밀려 훈장을 못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법무부는 이 변호사를 1순위로 한 이유에 대해 "업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업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5~2016년 활동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임기 첫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했고, 이듬해엔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4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그의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에서 물러나자 함께 청와대를 떠났고 그 직후 민변 회장으로 선출됐다. 2011년부터 3년간 참여연대 공동대표도 지냈다. 2004년 민변 회장일 때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2013년 참여연대 공동대표일 때는 청와대 앞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 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업적보다는 그런 성향과 코드 때문에 훈장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대놓고 자기 사람 챙기는 '끼리끼리 훈장'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서 이번 훈장 수상 업무를 주관한 황희석 인권국장도 민변 출신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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