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게이트]
경찰 압수않고 머뭇… 데이터 계속 덮어쓰면 복구 불가능
다른 사건선 신속 압수… 이번엔 수사 ABC도 안지킨 셈
◇핵심 증거 '김경수 휴대전화' 확보는 언제
경찰은 관련자들의 자금 흐름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나 사건 실체를 밝혀줄 핵심 증거인 김 의원 휴대전화는 여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 김 의원을 대상으로 한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김 의원에게 임의 제출하라는 요구도 없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김 의원과 드루킹은 '시그널'과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문자와 기사 목록을 주고받았다. 김 의원 보좌관과의 500만원 돈거래를 언급하며 김 의원을 협박한 것도 메신저를 통해서였다. 휴대전화가 사건의 핵심 현장인 것이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은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밝혀 줄 주요 증거들은 휴대전화에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며 "휴대전화부터 확보하지 않은 것은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아직 김 의원의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다는 명확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차례로 혐의를 밝혀 나가야 김 의원 수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혐의를 찾기 위해 하는 게 압수 수색"이라며 "두 사람 메시지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 만큼 수사 초반 김 의원 휴대전화를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금융거래는 시간이 지나도 증거가 남아 있지만, 휴대전화는 시간이 지나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데이터를 지우고 덮어쓰는 과정을 여러 차례 하면 포렌식(디지털 증거 확보)을 해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른 사건에서 경찰은 관련자 휴대전화를 신속하게 압수해 왔다. 최근 사건의 특성상 휴대전화에 많은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언론에 공개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사건의 경우 경찰은 수사 일주일 만에 조 전 전무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작년 7월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자유한국당 소속)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강남구청 집무실과 일부 공무원들 휴대전화를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월 10만원에 세무 업무만 맡겨
경찰은 이날 오전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맡은 서울 강남구 중앙회계법인을 압수 수색해 출판사 회계 장부와 세무서 신고 자료를 확보했다. 담당 회계사인 박모(51)씨는 이 법인의 공동대표로 경찰에 자신이 '경공모'의 회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출판사의 회계 감사는 맡지 않고 세무 신고 등을 대행했을 뿐"이라며 "(출판사의)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해 수수료는 한 달에 10만원 수준이었다. 사실상 수익을 내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한 세무사는 "세무 대행 수수료가 10만원 정도면 연간 매출이 3억원 이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경공모는 한 해 운영 예산이 11억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느릅나무 출판사는 세무 업무만 맡기고, 구체적인 자금 내역은 우리에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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