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하르덴베리에르, 서울시향 협연에서 6번 커튼콜
하르덴베리에르는“이 나이가 되니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늠된다. 그걸 트럼펫으로 불어내고 싶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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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덴베리에르는 '트럼펫의 제왕'이란 수식이 아깝지 않은 연주자다. '지구상 가장 정결하고 섬세한 연주를 펼치는 트럼피터'(영국 타임스)란 평가를 받으며 30여 년째 정상의 자리에 서 있다. 스웨덴 출신의 '호칸'은 스칸디나비아어로 '왕의 아들'이란 뜻. 오래전 바이킹이 즐겨 쓴 호전적 이름이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치머만의 트럼펫 협주곡 '아무도 내가 아는 고통을 알지 못한다'를 연주해 여섯 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입술을 대기만 해도 소리가 나는 색소폰과 달리 트럼펫은 가볍고 날렵한 생김새답게 까다로운 악기다. 트럼펫을 불려면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래서 행운아다. 하르덴베리에르는 "여덟 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이후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작곡가들의 뮤즈다. 동시대 대표 작곡가들이 앞다퉈 그에게 작품을 헌정했다. 이 작품들은 하르덴베리에르의 연주를 거쳐 주요 트럼펫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지휘자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고, 현재 말뫼 음악원 교수다. 그는 "늘 가르치는 한 가지는 말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내가 확실히 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르덴베리에르는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포착한 캐리커처를 그리는 마음으로 트럼펫을 분다"고도 했다. 캐리커처를 그리듯 그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겨두면 굴곡이 진해져 잔상이 깊어진다. "핵심만 딱 짚어서 그게 담고 있는 무언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불어내죠."
하루 아홉 시간씩 연습한다. "피아노는 건반을 잘못 누르면 페달을 밟아 커버할 수 있지만 트럼펫은 실수를 하면 도무지 숨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주머니에 한 손 집어넣고 멋있는 척 좀 하고 싶은데, 트럼펫은 입술을 둥글게 오므리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는 악기라서 불가능해요. 하지만 쭉 뻗는 소리와 쌕쌕거리는 소리, 때론 서글픈 소리까지 인간의 모든 소리를 다 낼 수 있지요. 끝을 모르면서도 끝까지 달려나가는 게 삶이듯 트럼펫과 끝장을 내보고 싶은 게 저의 꿈입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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