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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지역과의 협력 필수… 대학이 새 성장모델 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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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학총장들에게 듣는 상생 해법

동아일보

김도연 포스텍 총장, 김중수 한림대 총장, 이남호 전북대 총장(오른쪽부터)이 23일 서울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나 대학과 도시의 상생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세 총장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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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도시와 대학들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도시는 전통 산업의 쇠퇴로,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대학과 도시의 생기를 되살리기 위해 ‘유니버+시티’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대학 총장들에게 상생의 해법을 들어봤다. 》

▽사회=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상생을 위한 유니버+시티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도연=도시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도시 발전을 위해 옛날처럼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고 유치할 산업도 없다. 그 정도 아이디어는 대부분 도시가 갖고 있다. 그래서 대학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큰 이견은 없다. 얼마나 절감하고 구현하느냐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다행히 포항시의 경우에는 도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텍이 나서서 뭔가 해보겠다는 것에 대해 포항시도 상당한 공감을 갖고 있다.

▽김중수=지자체는 지역 대학과 협력하면 대학이 금방 뭔가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대학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집행을 잘하는 곳이 아니라 기획과 전략을 짜는 곳이다. 지자체의 경우 이런 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지자체의 집행 능력과 지역 대학의 기획 능력을 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한림대는 ‘글로벌 협력대학원’을 설립해 강원도와 춘천시의 공무원들이 다른 나라 지방정부와의 협조체제 구축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남호=지자체장은 재임 기간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길 원한다. 하지만 대학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기업 폐업 대책은 세우지만 지역 대학이 문 닫는 것은 지자체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지역의 국립대들이 발전을 주도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서울에 편중돼 지방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우수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도시와 대학이 모두 힘들다.

▽김중수=대학과 도시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면 달라진다. 전북대나 한림대가 성공해 지방 국립대나 사립대도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회=대학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현실은 아닌 것 같다.

▽김도연=대학은 항상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생각만 해왔다. 이제는 대학이 좀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 대학에 무슨 돈이 있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대학에는 사람과 지식이 있지 않나. 적은 예산과 인력이라도 대학이 먼저 쓰면서 지역 문제에 접근했으면 한다. 포항시민이 사랑하는 포스텍이 돼야 한다. 포항시민이 아끼지 않는 포스텍이 어떻게 세계적 대학이 되겠나. 주민들이 지역 대학을 자랑스러워하고 아낄 때 발전의 동력이 된다.

▽이남호=시민들이 지역 대학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대학도 노력해야 하고 시민들도 같이해야 된다. 지역 대학이 최고 상품이 되려면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도시와 대학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전북대는 지역 문화에 녹아들어가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감이 전제돼야 지자체, 지역 기업, 지역민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고, 성과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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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대학의 성공 사례로 많이 거론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가 15년 동안 69개 학과를 폐과하고 30개의 융합전공을 만들 때 지역 사회 문제를 다루지 않는 대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먼저 도시 발전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한림대는 강원도와 춘천시의 재정투자를 받아 개방형 산학·지역협력 융복합 거점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팜, 마켓 등의 개방된 공간에 지역 및 기업의 협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김도연=1970년대 들어 미국도 산업도시들이 빈곤과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쇠퇴의 시기를 맞았다. 1996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범죄율은 최고를 기록했고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살인사고가 발생할 정도였다. 주디스 로딘 당시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대학이 먼저 안전과 도시 번영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러고는 도시와 대학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많은 도시의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사회=지역마다 여건이 다른데 타대학의 성공 모델을 좇아가려는 경향도 걱정된다.

▽김중수=성공했다고 해서 옛날 산업화 시대에 성공 모델을 따라가선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많은 지자체가 성공 모델 좇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이다. 각자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유형을 갖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각자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동안 양적 팽창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각자가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느냐를 정할 때가 됐다.

▽이남호=맞는 말이다. 대학에 많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 예산을 자율 집행할 수 있어야 대학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5년, 10년 계획을 갖고 그 지역에 맞는 강점을 살릴 수 있다. 산학협력이라고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날 때가 많다. 중앙정부에서 공모사업이 발표되면 지자체가 다 같이 응모하는데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계속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김도연=대학 사회의 큰 문제가 동일한 교육 모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학, 철학, 사학 등의 기초 과목은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학과를 모두 두고 있을 필요는 없다. 가르치는 것과 학과 설치는 다른 문제다. 지역에 맞게 학과와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대학과 지자체의 상생을 위해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남호=지자체는 고등교육은 중앙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방대가 지역에 필요한 인재 육성과 지식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세수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편성하도록 의무화하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과 예산이 안정적이고 상시적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도시와 대학의 상생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수 있다.

▽김도연=
우리나라 대학 총장 임기가 평균 4년인데 지자체장은 연임하면 총장보다는 길다. 일본 국립대는 최근 6년으로 늘렸다. 대학이나 지자체가 긴 안목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한 것 같다.

▽사회=
유니버+시티에서 대학의 가치 창출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김도연=이공계 대학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 이공계 사립대는 거의 없다. 돈 없이 경쟁한다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다. 포스텍의 경우 30년간은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30년도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대학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생존해야 한다. 상당히 절박한 생각이다.

▽김중수=4차 산업혁명시대의 키워드는 융합이다. 한림대는 거의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데, 춘천시가 토이 산업을 한다고 해서 같이 스마트 토이 산업을 육성해보자고 했다. 인문사회 전문가의 아이디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스마트 토이 산업을 직접 학교와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학이다.

▽이남호=전북대는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전북의 전통문화 이미지와 도전적인 모험 이미지가 공존하는 대학과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사회는 문화와 모험의 융합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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