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드루킹 사태’ 열흘 넘게 침묵 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4일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포털 뉴스장사-댓글조작 방지법 만든다(동아일보) △3野 “포털의 뉴스·댓글 장사 막겠다”(조선일보) △네이버 ‘댓글 장사’ 공론장을 비틀다(한겨레) 등 댓글 여론 조작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네이버가 편집해 기사 10건을 올리는 ‘네이버 모바일 뉴스판’에서는 관련 기사를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6시, 9시, 낮 12시 등 시간대별 기사 배열 이력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네이버 측은 직원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도 기사 배열에 개입한다고 하지만 네이버의 자의적인 편집이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응에서도 열흘 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달 13일, 더불어민주당원이 댓글 조작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래 여론 왜곡 등 각종 비판이 빗발치는데도 네이버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알림, 해명 자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24일이 돼서야 네이버는 1인당 클릭할 수 있는 댓글 공감 수를 제한(현재 무제한)하고 댓글을 연달아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마저도 언론에 흘리듯 나온 얘기다.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다. 자사에 불리한 대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왔다. 지난해 특정 대선 후보 인물명 검색 시 자동완성 서비스 오류, 진경준 전 검사장 등 특정인 자녀들에 대한 인턴 특혜 의혹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즉각 사과문을 올려 발 빠르게 대처했다. 구글코리아가 ‘구글이 세금을 안 내고 있다’는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의 지적에 반박하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 명의로 7000자 분량의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자사의 상업적인 이익에 핵심적인 댓글 문제가 이슈화되자 우박이 지나갈 때까지 뭉개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네이버의 책임 회피와 미봉책을 되풀이하는 행태는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2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해진 총수는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댓글 시스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정비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이 없다”며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 왜곡이 이번 댓글 조작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04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뉴스 댓글을 신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해 왔다. 2007년 댓글 추천 기능을 공감·비공감으로 세분했고 2012년 댓글 순서를 최신순, 답글 많은 순서로 나눴다. 2013년에는 공감 수에서 비공감 수를 뺀 ‘호감순’ 기준을 추가했고 2015년에는 댓글이 보이는 초기 설정 기준(디폴트값)을 최신순에서 호감순으로 바꿨다가 2017년 6월에는 공감 비율순(공감 수 비율이 높은 순서로 나열)을 추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자 네이버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댓글을 순공감순(공감 수가 높은 순서로 나열)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댓글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탓에 이번에 드루킹, 서유기 같은 여론 조작 세력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또 네이버는 올해 3월 외부 자문기구인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을 발족해 댓글 관련 정책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이슈가 생길 때마다 네이버가 네이버뉴스편집자문위원회, 기사배열공론화포럼, 스포츠이용자위원회 등 외부 기구를 양산하며 비판의 화살을 바깥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패널 구성원도 개인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송시강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외부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이버가 사실상 스스로 언론 역할을 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며 “뉴스 기사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성 언론과의 소통을 통해 네이버가 유통 과정에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 등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반기(1∼6월) 중 토론회를 열어 뉴스 배열 원칙과 알고리즘 공개 수준, 이용자 인식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신무경 yes@donga.com·김성규·황규인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