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통신장비기업 中 ZTE, 美의 규제 받자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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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떠날 줄은 몰랐다.”
대만 타이쑤(台塑)그룹 계열 컴퓨터 메모리제조사 난야커(南亞科)의 왕원위안(王文淵)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롄허(聯合)보에 이렇게 털어놓으며 허탈해했다. 반도체 엔지니어를 비롯해 이 회사의 고급 기술자 48명이 최근 사표를 던지고 중국으로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경쟁국의 핵심 인력에 손을 뻗치면서 소리 없이 반도체 기술을 키우고 있다. 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저장 및 영상제조 기업 메이광커지(美光科技)주식회사도 400여 명이나 떠나자 발칵 뒤집혔다. 중국은 미국에 있는 자국 출신 기술자들에게도 “공부는 미국에서 하고 일은 중국에서 하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소리 없이 반도체 기술을 키우던 중국은 최근 미국의 통상공격이 자국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으로 향하자 ‘숨은 발톱’을 드러내듯 ‘반도체 굴기’를 강조하고 있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날 주재한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심기술 돌파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사흘간 열린 공식 회의에서 ‘핵심기술 돌파’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은 이에 호응하듯 22일 푸저우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진정한 대기업은 핵심적인 주요 기술에 통달해야 한다”며 반도체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미국은 상당히 긴장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지나치게 많이 봤다”며 무역전쟁을 일으켰지만 사실 미국의 진정한 공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서 중국의 부상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16일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4월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절대 이길 수 없는 분야는 5G 기술”이라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초고속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적용하고 상업화하는 첫 국가는 막대한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며 중국을 경계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5G 최강국은 국내총생산(GDP)이 5000억 달러(약 538조5000억 원)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미중 무역전쟁에서 패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 2위 통신장비기업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자 중국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회사 NXP 인수를 방해하고 있어 “결국 우리(미국)에게도 손해”란 여론이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퀄컴의 NXP사 인수가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퀄컴은 인력의 4.4%를 구조조정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중국의 한 인사는 BBC방송 중문판을 통해 “서구의 중국에 대한 공포는 부러움과 무지에서 비롯된다. 서구는 중국기업의 업무 강도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기술기업의 강점으로 ‘996문화’를 꼽았다. 996문화란 직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며, 일주일간 6일 일하는 기업문화를 말한다. 이 외에도 중국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독점 기회를 얻고, 정부 주도로 장기 계획을 마련하는 점도 중국만의 강점으로 소개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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