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장은 면역물질의 70%를 생성한다. 비타민을 만들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온몸이 신호를 보낸다. 장 속에 살고 있는 100조 마리의 세균은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 변비, 두통, 용종, 대장암 등과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장이 인체 건강의 핵심이 되는 이유는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에 있다. 우리의 몸에는 1∼1.5kg의 장내 세균이 살고 있으며 유익균, 무해균, 유해균이 살고 있다. 유익균은 유해균의 해로운 작용을 막으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지낸다. 이때 장내 유익균은 장벽 막을 강화시키는 한편 유해균을 억제해 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 ‘국제 정신 의학지’에 따르면 장내 세균은 뇌와 대장을 연결하는 신경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뇌가 불안, 초조, 압박감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면 곧 자율신경을 통해서 순식간에 대장으로 전해져 변비나 복통, 설사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마이클 거슨 미국 신경생리학자는 뇌에서 정신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했다.
모든 균을 죽이는 항생제의 한계
프로바이오틱스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했다. BC 3000년경 이전에 동지중해 지역에서 유래되어 중동부 유럽 지역으로 전파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계기는 유산균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러시아 태생의 생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메치니코프에 의해서다. 불가리아 지방에 장수자가 많은 원인을 연구하던 중 요구르트 섭취가 많음을 알고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한 불로장수설을 발표하여 유산균 발효유의 과학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0년이 되지 않아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의 연구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결정적인 이유는 1928년 세균학자 플레밍이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인간은 항생제 덕분에 결핵 등 수많은 감염질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가 인류를 감염질환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항생제가 사용된 지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들에 내성을 가진 균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항생제의 사용은 건강에 필수적인 유익균도 함께 파괴시키며 면역체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후 항생제 문제와 더불어 아토피, 암을 비롯한 면역 관련 질환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가 다시 활발히 진행됐다. 결국 ‘세균은 인간의 적이 아닌 동지’라고 믿었던 파스퇴르의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 온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알르레기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HY2782’. 한국야쿠르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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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헬리코박터균 억제
유산균이 장에만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이라는 특허 유산균은 위 점막 내 기생하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 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위암 유발균으로 규정한 바 있다. 20대 이상이 되면 전 국민의 70% 가까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우리나라는 보균자가 극히 드문 미국이나 호주와 비교하면 거의 평생을 위염의 원인균과 함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로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개척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다. 총 800여 종의 유산균 중 선별된 헬리코박터의 생장 억제 유산균 중 기능이 뛰어난 유산균 31종을 선별했다. 이 중 헬리코박터와 결합해 응집제를 형성하는 유산균을 2차 선발하고 위장의 위액과 유사한 인공위액 환경에서도 헬리코박터와의 응집력을 잃지 않는 유산균 7종을 최종 선별했다.
800 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유산균 중 생존력이 가장 우수하고 발효유 등에 적용하기 적합한 유산균을 최종 선정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HP7이다. 즉,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7’이며 명칭은 최종 선발된 유산균 중 7번째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선발된 HP7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실험동물에 한 달 동안 섭취시킨 결과 사람이 복용하는 발효유나 유산균 음료를 통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농도의 유산균 투여만으로도 항헬리코박터균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먼지 독성 줄이는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졌다. 미세먼지의 독성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강경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 천연물 연구센터 박사팀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HY2782’가 몸속에 들어온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했다. 실험에는 유해 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데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활용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사람과 유사한 소화기관·신경기관·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연구진은 이 선충에 대장균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각각 먹인 다음 미세먼지 2종(PAH·중금속 함유 미세먼지)을 투여한 결과 선충의 생식 능력에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대장균을 먹인 선충이 낳은 알은 156개였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투여했더니 알 개수가 131개(PAH 함유 미세먼지), 99개(중금속 함유 미세먼지)로 각각 줄었다. 반면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은 선충은 178개의 알을 낳았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투여해도 알 개수가 166개(PAH 함유 미세먼지), 156개(중금속 함유 미세먼지)로 생식 능력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강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인 예쁜꼬마선충은 미세먼지를 투여해도 생식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미세먼지의 독성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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