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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하늘의 로또’ 진주 운석 1호 발견지, 4년 만에 흔적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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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하며

천변 수로관 설치해 구덩이 메워

정부 운석 매입도 사실상 무산돼

전문가 “운석 발견지, 가치 충분 …

과학·관광 등 활용 못해 안타까워”

중앙일보

2014년 3월 10~17일까지 경남 진주에서 4개의 운석이 발견됐다. 진주 운석 4호(20.9㎏)가 발견된 곳.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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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로 불렸던 진주 운석의 첫 발견지가 사라졌다. 인근에서 추가로 발견된 3곳의 진주 운석 발견지도 안내판만 설치된 채 사실상 방치돼 있어 추가 훼손 우려가 나온다.

2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2014년 3월 10일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한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진주 운석 1호(9.36㎏) 자리는 2015년 3월 이후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으로 사라졌다. 인근 향양천과연결되는 수로관을 설치하면서 운석 구덩이가 메워진 것이다. 대신 이곳에 진주 운석 1호가 떨어졌다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당시 진주 운석 1호 외에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콩밭(4.1㎏, 3월 12일), 미천면 오방리 504 묘지 근처 밭(420g, 3월 16일), 집현면 덕오리 향양로 182번길 입구(20.9㎏, 3월 17일)에서 각각 진주 운석 2~4호가 발견됐다. 이곳 역시 ‘소중한 유산적 자료이므로 보존에 협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진주 운석 1호가 떨어진 비닐하우스의 주인이었던 강원기(61)씨는 “2014년쯤 운석 발견지를 보존하자는 의견을 경남도에 제출했으나 국가사업(자연재해위험지구)에 포함돼 있어 다른 용도로 사용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운석 발견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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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면 한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진주 운석 1호(9.36㎏).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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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운석이 떨어질 당시 전국이 떠들썩했다. 운석 1호는 발견 다음 날 인천시에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로 보내지면서 도난 방지를 위해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 문산 인터체인지에 진입할 때까지 경찰차가 호송했다. 이후 진주 운석 1~4호는 화성·목성 사이 소행성대에서 떨어져 나와 우주를 떠돌다 지구 중력에 끌려 대기권에 진입한 뒤 경남 함양·산청군 인근 상공에서 폭발해 진주 곳곳에 떨어졌다는 행적도 파악됐다.

이후 운석값이 수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운석을 찾으려는 ‘사냥꾼’이 발견지 등에 몰려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좋은 기운을 얻어가겠다”며 수십명씩 몰려들기도 했다. 운석의 가치가 g당 최대 10만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인터넷에는 소치 겨울올림픽 메달에 사용된 운석이 g당 236만원에 팔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주 운석이 ‘하늘의 로또’로 불린 사연이다.

정부도 태양계 기원과 생성, 변천 과정 같은 우주과학 연구에 정보를 줄 수 있고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있다며 운석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에서 g당 1만원을 제시했고 소유주들은 이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서 매매협상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났다. 정부 제시금액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운석(20.9㎏)은 2억원 정도였던 셈이다.

현재 진주 운석은 한 은행의 금고에 진공 포장된 채 4년 가까이 보관돼 있다. 강씨 등 소유주들은 제주도 등에 가칭 ‘운석 박물관’을 짓는 것을 추진 중이다.

좌용주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운석이 떨어진 장소는 역사적 가치가 있고, 과학 혹은 관광 차원에서 운석을 활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운석 자체를 보기 힘들고 발견지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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