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대표는 지난 18일쯤 다시 만나자고 합의했었다. 당국은 후속 회담에서 정상회담 의제를 확정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이런저런 핑계로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개통된 ‘핫라인’으로 정상 간 통화를 성사시키려던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양쪽 간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는 신호 같아 불안감을 감추기 어렵다.
하지만 당국은 연일 정상회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담 당일인 27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생중계하도록 취재진의 북측 지역 진입을 허용키로 북측과 합의했다. 또 정상 간 악수 장면을 다각도로 찍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관련 프로를 쏟아낼 분위기다.
역사적 순간을 널리 알리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번 회담의 성공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칫하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 간 틈이 벌어질 거란 걱정이 퍼져 있다. 실제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너무 나가지 말라”고 여러 번 경고했다고 한다. 본디 정상회담은 충분히 조율된 의제를 놓고 두 지도자가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밑그림 없이 이뤄지게 됐다.
이 때문에 실무자급에선 엄두도 못 낼 통 큰 합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잘못하면 빈손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당국은 이번 회담이 성공하도록 홍보보다는 치밀한 협상 전략 마련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자칫 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빈 수레가 요란만 했다”는 낭패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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